한화 투수 이태양(33)은 트레이드로 떠났다가 FA로 친정팀에 돌아온 흔치 않은 선수다. 더 좋은 금액을 제시한 팀을 마다하고 한화와 4년 25억원에 FA 계약하며 컴백했다. 계약 당일 이태양은 “팀에서 나를 다시 데려온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개인적인 자리 욕심보다 팀 상황에 맞게 준비하겠다. 돈 받았으니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며 웃었다.
지난해 SSG에서 전천후 투수로 통합 우승에 기여한 이태양은 한화에서도 같은 임무를 맡고 있다. 전반기를 마친 시점에서 이태양은 자신의 다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다. 31경기에서 43이닝을 던지며 1승2홀드 평균자책점 2.30 탈삼진 36개를 기록하고 있다. KBO 공식 스포츠투아이 기준으로 WAR 1.14로 리그 전체 30위이자 구원투수 중 7위로 팀 내 1위.
개막 한 달간 외국인 투수가 1명이었고, 4~5선발의 이닝 소화력이 약한 한화 팀 사정상 이태양이 없었으면 마운드가 제대로 굴러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체 선발로 2경기 등판했고, 스코어나 시점에 관계없이 팀이 필요로 할 때마다 호출을 받아 마운드에 올랐다. 2이닝 이상 구원 멀티 이닝도 5경기 된다. 선발 5⅔이닝을 빼도 팀 내 불펜 중 가장 많은 37⅓이닝을 소화했다.
이태양은 “보직이 관계없이 던지는 것이 제 팔자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야구해서 인정을 받아 FA로 다시 한화에 왔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준비한 만큼 크게 힘든 것은 없다. 어느 위치에서든 결과를 내려 한다”며 “이닝을 많이 던지긴 했지만 코칭스태프에서 관리를 잘해주신다. 연투도 한 번밖에 없다. 최근에는 1이닝으로 잘라 주셔서 무리가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15~16일 수원 KT전 연투가 유일하며 최근 7경기에선 모두 1이닝으로 딱 끊어갔다.
타선을 이끄는 채은성과 함께 투타에서 FA 모범생으로 활약하며 한화 반등의 주역이 되고 있다. 이태양은 “저랑 은성이형이 와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동안 어린 선수들이 겪은 힘든 시간이 빛을 발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잘할 때가 된 것이다. 야구를 계속 지려고 하는 건 아니다”고 지난 3년간 10위로 힘겨운 리빌딩 시기를 버틴 후배들의 노고를 치켜세웠다.
투수 조장으로서 후배들에게 이것저것 ‘잔소리’도 많아졌다. 이태양은 “남들은 어떻게 볼지 몰라도 우승이라는 것을 해보니 야구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연차가 쌓이면서 좋은 것과 안 좋은 것을 다 경험했다”며 “아직 루틴이나 자기 것이 없는 어린 선수들이 있다. 루틴을 갖기 전에 좋은 습관을 들이라고 한다. 나이 들어서도 그 습관이 유지되면 루틴이 된다. 요즘 같이 더운 날 운동이 힘든 건 당연하다. 이걸 했다고 좋아지는 게 바로 나오지는 않지만 마음가짐을 달리 먹고 나오면 작은 변화가 크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양의 진심은 1군뿐만 아니라 2군에서 고생 중인 퓨처스 선수단에게도 전해졌다. 지난달 서산에 커피차를 쏜 이태양은 “(최)재훈이형을 따라한 건 아니다”며 손사래친 뒤 “날 더워지면 퓨처스가 제일 힘들다. 큰 건 아니지만 힘내라는 의미로 보냈는데 고맙다고 하더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난 2018년 한화가 10년 암흑기를 끊고 가을야구에 진출할 때도 핵심 불펜 투수였던 이태양은 “성적이 나려면 모든 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운도 많이 따라야 한다”며 “지금 팀 분위기와 흐름이 좋지만 후반기는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안 좋은 시기가 올 수 있지만 다운되지 않고 꾸준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도 지금 위치에 만족하지 않는다. 야구를 그만 두는 날까지 욕심을 갖고 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할 수 있다”며 팀과 개인 모두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나아가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