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보다 더 잘할 거다.”
휘문고 천재타자 6년 주기설의 시작은 2008년 입학한 박민우(30⋅NC)였다. 6년 뒤인 2014년에는 이정후(25⋅키움)가 입학했다. 그리고 2020년 김민석(19⋅롯데)이 입단해 대를 잇고 있다. 천재타자 유망주라는 칭호에 걸맞게 이들을 모두 신인드래프트에서 높은 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박민우는 1년 유급을 하고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입단했다. 이정후는 2017년 1차 지명이었고 김민석 역시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였다.
롯데는 물론 리그 전체에서도 막내인 김민석이 보여주고 있는 잠재력과 재능, 퍼포먼스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데뷔 1년차라고 하기 쉽지 않은 성숙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처럼 고교 졸업 이후 군에서 바로 재능을 발휘하는 케이스는 쉽지 않다. 2017년 이정후와 2018년 강백호를 제외하면 순수 신인 타자가 곧바로 1군에서 적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김민석은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었지만 그래도 예상보다 훨씬 빠른 타이밍에 1군에 연착륙했다. ‘리틀 이정후’라는 수식어를 달고 프로에 입문했고 전반기 70경기 타율 2할6푼(215타수 56안타) 2홈런 24타점 11도루 OPS .656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지 반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외야수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정후는 언제나 김민석을 향해서 “넌 나보다 더 잘 할 거다”라고 격려하고 세뇌를 시킨다. 데뷔시즌부터 리그를 폭격하고 지난해 타격 5관왕(타율 안타 타점 출루율 장타율)에 빛나고 또 시즌이 끝나고는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준비하고 있는 이정후의 과도한 ‘립서비스’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정후는 자신을 닮은 후배를 향한 격려를 꾸준히 하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올스타 프라이데이 행사에서도 이정후는 김민석을 곁에 두고 살뜰히 챙겼다. 데뷔 첫 해 올스타 베스트12라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받은 후배가 대견한 듯 했다.
이에 김민석은 “(이)정후 형이 매번 해주시는 말인데, '너는 나보다 잘할 거다'라고 해주신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민석은 “난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한다”라고 고개를 젓는다. 이정후는 ‘어나더레벨’의 선배라는 것.
그럼에도 이정후와 김민석의 비교는 커리어 내내 이어질 것이다. 같은 우투좌타, 호리호리하지만 유연한 체구(이정후 185cm 86kg/김민석 185cm 83kg), 프로 입단과 동시에 내야수에서 외야수로의 전향 등 닮은 구석이 많다.
이정후의 성장 동선을 그대로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데뷔 첫 해부터 올스타를 경험하고 큰 무대에서의 환호성과 분위기를 체감하는 등 1년차에 하기 힘든 경험들을 하고 있다. 천재타자 후계자인 김민석을 향한 이정후의 세뇌, 그리고 현재 모습들은 김민석의 성장그래프가 계속 우상향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려주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