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두산 감독은 정수빈(외야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입가에 미소가 가득해진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칭찬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이승엽 감독은 "원래 정수빈은 뛰어난 선수다. 제가 정수빈을 신뢰하는 건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거다. 몸이 약해서 점수 차가 크거나 팀 상황에 여유가 생기면 항상 교체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절대 그런 내색을 안 한다"고 했다.
또 "정수빈이 리드오프로서 매 경기 나가는 게 정말 큰 힘이 된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주루면 주루, 작전 수행까지 잘해주고 있다. 정수빈이 1번 타자로서 경기를 풀어가면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정수빈이 없었다면 우리 팀이 여기까지 오기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정수빈은 슬로 스타터의 이미지가 강했으나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타율 2할7푼7리(285타수 79안타) 20타점 38득점 18도루의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그는 "(슬로 스타터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경도 썼고 감독님께서 저를 믿어주시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1번 타자로 나가다 보니 적응도 하고 믿어주신 만큼 열심히 하게 된다"고 이승엽 감독의 무한 신뢰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두산은 패배를 잊은 팀이다. 1일 울산 두산전 이후 9연승을 질주 중이다. 시즌 초반 부상자 속출과 각종 시행착오로 5위와 6위를 전전했지만 파죽의 9연승을 달리며 2위 SSG에 4경기 뒤진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시즌 내내 5할 승률을 걱정하던 두산이 2위를 넘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선 것.
이승엽 감독은 "5할 –3에서 시작했는데 거기서 더 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일 –10이 될 경우 10연승을 해야 5할이다. 위닝시리즈를 10번 해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총력전을 선언했고, 선수들이 거기에 잘 따라주고 준비해줘서 이렇게 9연승에 성공했다. 선수들의 이기려는 마음이 강해서 연승 기간 좋은 모습이 많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12일 경기 승리로 역대 베어스 감독 데뷔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에 도달했다. "내가 잘한 게 아니고 선수들이 잘했다. 그 공은 선수들에게 돌린다. 나만의 기록이 아닌 우리 선수들, 팀 모두가 고생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서 나온 기록이다. 6월까지 힘든 시기를 버티니 페이스가 올라왔다". 이승엽 감독의 말이다.
정수빈에게 9연승으로 전반기를 마친 소감을 묻자 "좋을 때는 뭘 해도 잘되더라. 밸런스가 좋았다"면서 "지금 연승을 하고 있는데 연승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다가 10연승인데 11연승을 해서 감독님께 신기록을 선물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