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으로 넘긴 거라 놀랐다.”
전반기를 홈런 공동 1위(19개)로 마치며 KBO리그 대표 우타 거포로 떠오른 노시환(23·한화)도 이 선수의 파워에 감탄했다. LG 신인 포수 김범석(19)이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터뜨린 홈런 한 방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노시환은 지난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김범석 이야기가 나오자 “고교 후배인데 자랑스럽다. 좋은 학교를 나와서 야구를 잘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두 선수는 경남중-경남고 4년 선후배 사이.
김범석은 지난 14일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북부팀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4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팀의 9-7 승리를 이끌며 MVP까지 거머쥐었다. 특히 5회 2사 1,2루에서 NC 우완 한재승의 5구째 시속 143km 직구를 공략,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트랙맨 기준 비거리 128m, 타구 속도 170km로 측정됐다.
178cm, 95kg 거구의 포수 김범석은 지난해 고교야구 25경기에서 홈런 10개를 쳤다. 나무배트가 도입된 지난 2004년 이후 고교야구 단일년도 최다 홈런 기록. 장타력을 인정받아 올해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LG에 지명이 됐다. 2군 퓨처스리그에서 47경기 타율 3할6리(157타수 48안타) 6홈런 27타점 OPS .868로 타격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노시환은 “범석이 힘이 엄청 좋더라. 어제 홈런도 힘으로 넘긴 거라 놀랐다. 대한민국에 우타 거포가 또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저뿐만 아니라 범석이와 (한)동희형도 같이 우타 거포의 계보를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경남고에서 우타 거포가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마추어에서부터 우투좌타가 득세하면서 KBO리그는 우타 거포의 계보가 끊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루까지 뛰는 거리가 짧고, 많은 숫자의 우투수를 상대하는 데 유리한 좌타자가 되기 위해 오른손잡이들이 점점 더 좌타석에 들어섰다. 갈수록 우타 거포를 보기 힘든 환경이 됐다.
지난 2020년 30홈런을 기록한 김하성(샌디에이고)이 이듬해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뒤 KBO리그에는 2년간 20홈런 이상 넘긴 20대 우타자가 전무했다. 2021년 21세 노시환이 18개, 2022년 23세 한동희(롯데), 26세 황대인(KIA)의 14개가 20대 우타자 중 최다 홈런 기록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전반기에만 19홈런으로 최정(SSG)과 이 부문 공동 1위에 오른 노시환이 3년 만에 20대 20홈런 우타자 탄생을 눈앞에 앞두고 있다.
노시환은 어릴 때부터 좌타를 시도하지 않고 우타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좌타로 바꾼 선수들을 보면 대부분 발이 빠르다. 내야 안타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선수들이다. 동기들 중에서도 좌타로 바꾼 선수들이 많다. 전의산(SSG)도 그렇다”며 “전 어릴 때부터 덩치도 컸고, 좌타로 바꿀 기회는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