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선수 신화에 또 한 페이지가 쓰여졌다. 채은성(33·한화)이 육성선수 출신 선수로는 최초로 KBO 올스타전 MVP 역사를 썼다.
채은성은 지난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KBO 올스타전에서 4회 만루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5타점으로 활약했다. 지난 1982년 롯데 김용희 이후 무려 41년 만에 올스타전 만루 홈런의 주인공이 되면서 나눔팀의 8-4 승리를 이끌었다.
1회 1타점 2루타 포함 5타점 경기로 올스타전 최다 타점 타이 기록도 세운 채은성은 7회 김민석의 우익선상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며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기자단 투표 61표 중 56표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MVP를 수상했다.
그 전날(14일) 홈런 레이스 우승(5개)을 차지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올스타의 밤을 수놓았다. 홈런 레이스 우승자가 올스타 MVP를 수상한 것도 채은성이 처음이다. 그는 “올스타가 되는 것도 힘든 일인데 1년에 한 번, 평생 한 번 될까 말까 한 상까지 받아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채은성 말대로 올스타전은 아무나 나올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성적과 인기 모두 받쳐줘야 초대받을 수 있는 별들의 잔치. 화려한 스타들 사이에서 MVP가 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김용희, 박정태, 정수근, 이대호, 홍성흔 등 올스타전 MVP를 두 번이나 받은 선수들도 5명 있지만 42년간 36명만이 누린 영예다.
그 중에서도 채은성은 조금 더 특별하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연습생’ 신분 육성선수 출신으로는 최초의 올스타전 MVP가 된 것이다. 정식 지명도 받지 못한 선수가 ‘별 중의 별’이 됐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순천 효천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한 채은성은 2군에만 머물다 2010년 6월 시즌 중 현역으로 군입대했다. 186cm 큰 키가 눈에 띄어 의장대에 발탁됐고, 1년10개월 동안 복무했다.
의장대 하면 총을 자유자재로 돌리는 화려한 총검술이 떠오르는데 채은성은 이날 올스타전에서 5회 종료 후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의장대의 공연을 보면서 방망이를 총처럼 돌리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채은성은 “길쭉한 것은 다 돌릴 수 있다. 자전거 타는 것과 비슷하다. 한 번 배우면 잊지 않는다. 눈 감고도 돌릴 수 있다”며 웃은 뒤 “의장대 군인 분들이 공연하시는 것을 보는데 예전 생각이 났다. 그 당시에는 오늘 같은 날이 있을 줄 상상도 못했는데…여러 생각이 들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현재에 감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장대에서 군복무를 마친 뒤 LG로 돌아온 채은성은 2013년 2군 퓨처스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2014년 5월 1군에 데뷔했다. 1군에서 한 타석이라도 서는 게 목표였지만 조금씩 성장을 하더니 2016년부터 LG의 중심타자로 자리잡아 꾸준하게 활약했다. 지난해 11월 한화와 6년 최대 60억원에 계약하며 FA 대박도 쳤다. 올해 74경기 타율 2할9푼1리(289타수 84안타) 11홈런 47타점 OPS .820으로 활약하며 ‘FA 모범생’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