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채은성(33)이 KBO 올스타전의 역사를 썼다. 홈런레이스 우승에 이어 MVP까지 차지한 역대 최초의 선수가 됐다.
채은성은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에 나눔팀 3번타자 1루수로 선발출장, 4회 만루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5타점으로 활약하며 나눔팀의 8-4 승리를 이끌었다.
1회 첫 타석부터 우중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선취점을 만들어낸 채은성은 4회 2사 만루 찬스에서 결정타를 날렸다. 드림팀 투수 구승민의 초구 한가운데 몰린 141km 직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2.2m, 타구 속도 167km, 발사각 30도.
올스타전에서 만루 홈런은 지난 1982년 원년 롯데 김용희 이후 무려 41년 만이었다. 5타점도 지난 2019년 SK 한유섬(SSG)과 함께 올스타전 역대 최다 타점 타이 기록.
기자단 투표 61표 중 56표를 휩쓴 채은성은 5표에 그친 소크라테스 브리토(KIA)를 제치고 올스타전 MVP 영광을 누렸다. 전날(14일) 열린 올스타 홈런레이스 우승(5개)에 이어 연이틀 주인공이 됐다. 홈런레이스 우승과 올스타전 MVP를 동시에 수상한 건 채은성이 처음이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선 채은성은 “어제처럼 얼떨떨하다. 여기에 있어도 되나 싶다”며 웃은 뒤 만루 홈런 상황에 대해 “욕심을 내진 않았다. 초구 직구를 던질 것 같아서 가볍게 쳐야지 했는데 넘어갔다. 전날 홈런레이스 영향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 포인트를 앞에 가져가려고 조정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채은성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팬들과 함께하는 올스타전이라 참가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재미있게 놀다 간다는 생각으로 왔다. MVP를 노리는 사람들이 잘 안 되더라. 욕심내지 않고 평소처럼 똑같이 경기한다는 생각으로 했다”며 “처음에는 (1회 스리런 홈런을 친) 소크라테스가 MVP 받을 줄 알았다. 올스타가 되는 것도 힘든 일인데 1년에 한 번, 평생 한 번 될까 말까 한 건데 잘하고 MVP를 받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가외수입도 짭짤하다. 전날 홈런레이스 우승으로 500만원, 이날 올스타전 MVP로 1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채은성은 “홈런레이스 우승 상금은 (배팅볼을 던져준) 유강남과 6대4로 나누기로 합의를 봤다. MVP를 받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해 MVP 상금은 아직 어떻게 써야 할지 계획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이 좋은 기운을 후반기 팀에서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채은성은 “타이트한 경기를 많이 이겨내면서 선수들의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다. 좋은 기운을 우리 선수들에게 잘 나눠주면 후반기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