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라는 늦은 나이에 참가한 홈런 레이스. ‘국민거포’ 박병호(KT)는 아름다운 준우승과 함께 KBO의 미래를 이끌 우타 거포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박병호는 지난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KBO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서 홈런 4개를 쏘아 올리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왕(6회)답게 2아웃 상황까지 홈런 4개를 기록하며 앞서 5홈런을 기록한 채은성(한화)을 위협했지만 체력 저하 및 악천후로 인해 첫 우승을 놓쳤다.
홈런 레이스 종료 후 현장에서 만난 박병호는 “전반기 성적을 봐서는 홈런 레이스에 참가하면 안 됐는데 그래도 2위는 지금까지 최고 성적인 것 같다. 트로피를 받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참가 소감을 전했다.
홈런이 4개에서 멈춘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박병호는 “처음에는 페이스가 좋아서 기대했는데 갈수록 힘이 들더라. 긴장도 됐다. 아쉬웠는데 어쩔 수 없다”라며 “지금이 우리나라가 비가 많이 오는 시기다. 조금 더 좋은 날씨였으면 하는 사람도 재미있고 보는 사람도 재미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그래도 모두가 부산에 모여서 재미있고 밝게 잘 마쳤다”라고 말했다.
이날 박병호의 배팅볼 투수는 히어로즈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포수 이지영(키움)이었다. 박병호는 “내가 도움을 요청했다. 친해서 편하게 부탁할 수 있었다. 컨트롤도 좋다. 예상대로 호흡은 괜찮았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박병호는 성남고를 나와 2005년 LG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거포계의 리빙 레전드다. 지난해 36살의 나이에 35홈런을 치며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2005년 기록한 최고령(만 35세) 홈런왕 기록을 갈아치웠고, 이승엽 두산 감독(5회)을 넘어 역대 최다인 개인 6번째(2012, 2013, 2014, 2015, 2019, 2022)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프로 19년차인 올해 홈런 레이스에 또 참가하며 거포 후배들과 경쟁을 펼쳤다.
박병호는 “사실 큰 의미는 없다. 한동희(롯데), 노시환(한화)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그들이 앞으로 커야할 우타 거포다. 노시환은 지금 잘하고 있다”라며 “나 또한 두 선수가 왜 잘하는지 배우고 싶다. 그들과 함께 잘해서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는 리더가 되고 싶다. 노시환, 한동희와 함께 홈런 레이스를 해서 더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우승자 채은성을 향한 축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박병호는 “(채)은성이도 한화에서 중심타자로서 잘해주고 있다. 오늘(14일) 홈런 레이스 대결을 해봤는데 좋은 비거리로 좋은 홈런을 치면서 30대의 파워를 보여줬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박병호는 올스타 휴식기를 거쳐 오는 21일 대구 삼성전을 시작으로 후반기 레이스에 돌입한다. 그는 “작년에 비해 중심타자로서 활약이 부족했다. 그래도 팀이 전반기를 잘 마쳤고 나 또한 전반기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이 나왔다. 후반기를 편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후반기부터 모든 팀들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을 갖고 경기를 할 것이다. 에이스들도 먼저 만나게 된다. 첫 경기부터 잘하도록 준비하겠다”라고 후반기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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