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방향성 설정과 재건, 육성에 방점을 두었던 그동안의 팀의 목표가 이제는 승리와 가을야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롯데는 전반기 내내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했고 가을야구 경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전반기 최종전에서 패하면 38승39패, 5할 승률을 유지하지 못했다. 한때 단독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던 순위는 5위까지 떨어졌다.
투자의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어쨌든 필요한 투자였던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다만 투자의 효과를 극대화 할만한 전력을 전반기 내내 꾸준하게 유지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 주축 선수들의 부상 등의 변수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대처하지 못했다.
특히 외야진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지난해 두산에서 방출됐고 4월 한 달 동안 상승세의 복덩이 역할을 했던 안권수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며 이탈했고 지금은 퇴출된 잭 렉스도 무릎 부상으로 신음했다. 렉스의 직접적인 퇴출 이유도 결국에는 무릎 부상이었다. 황성빈 역시 손가락과 발목을 연달아 다치면서 전열을 이탈했다. 개막전에 나섰고 당초 예상했던 주전 외야수 3명이 비슷한 시점에 이탈을 하게 됐다. 롯데는 비상이었다.
그런이 이 비상 상황이 롯데의 미래라고 생각했던 자원들이 현재로 좀 더 빠르게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차근차근 진행하려고 했던 경험치 쌓기는 한꺼번에, 급속도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게 롯데가 전반기를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에 빛나는 김민석(19), 그리고 1년 전, 예상보다 지명순위가 밀리며 ‘스틸픽’이 됐던 2차 3라운드 전체 24순위의 윤동희(20)가 기존 주전들의 공백을 채우는 것은 물론, 주전 자리까지 꿰찼다. 단순히 자리를 채우는 게 아니라 이들이 원동력이 되어서 롯데가 5할은 무너져도 여전히 5강에서 머물 수 있고 버틸 수 있게 만들었다.
김민석은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되어 단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고 1군에서 생존 경쟁을 펼쳤다. 현재 리그 최고 타자인 이정후의 휘문고 후배로서 ‘리틀 이정후’로 불렸던 재능을 뽐냈다. 내야수로 지명을 받았지만 외야수로 전향했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자리에서 빠르게 적응하며 주전 중견수가 됐다. 타율 2할6푼(215타수 56안타) 2홈런 24타점 34득점 11도루 OPS .656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신인시즌에 큰 성장통 없이 연착륙했다. 남다른 재능의 선수라는 점을 부정할 수 없게 했고 미래 자원이 현재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이러한 활약은 팬들에게도 각인이 됐고 팀 내 유니폼 판매 1위, 그리고고 올스타 베스트 12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윤동희는 지난해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했다. 김민석처럼 개막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년차에 2군에서 10경기 타율 4할3푼6리(39타수 17안타) 1홈런 11타점 OPS 1.136의 성적을 남기고 주전들의 부상으로 1군에 콜업됐다. 이후 2군 폭격의 이유를 1군에서도 확인시켰다. 55경기 타율 3할2푼1리(187타수 60안타) 2홈런 21타점 19득점 OPS .738의 성적. 역시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을 했고 지난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는 등 힘겨운 시기가 있었지만 재능으로 이를 극복해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지난해 4경기 13타석만 소화했기에 윤동희 역시 김민석과 함께 신인왕 자격을 갖추고도 있다. 타자 중에서는 김민석과 윤동희가 신인왕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260억 원을 쓴 윈나우 시즌에 신인급 선수 2명이 레귤러 주전 선수라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윈나우와 리빌딩과 육성이 동시에 진행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렇지만 이 신인급 선수 2명이 없었다면 롯데의 전반기 5강 버티기도 불가능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