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2023년 신인 전체 1순위로 뽑은 ‘파이어볼러’ 김서현(19)은 지난 6일 고양에서 열린 히어로즈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5⅔이닝 동안 97구를 던지며 5피안타 3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이닝, 투구수 모두 1~2군 통틀어 개인 최다 기록.
주목할 부분은 볼 스피드였다. 1군에서 트랙맨 기준 최고 160.7km까지 던진 김서현은 이날 최고 구속이 154km로 측정됐다. 불펜으로 짧게 던진 1군에서 150km대 중후반 공을 뿌린 것과 비교하면 많이 떨어졌지만 직구 61구의 평균 구속이 151km에 달할 정도로 지속성이 있었다.
이날 경기 마지막 97구째 공도 직구였는데 152km로 측정됐다. 경기 내내 스태미너가 떨어지지 않고 90구 이후에도 150km 이상 강속구를 펑펑 꽂았다. 김성갑 한화 퓨처스 감독은 “90구를 넘겨서도 150km가 떨어지지 않았다. 몸이 타고났다”며 김서현의 재능에 감탄했다.
이어 김성갑 감독은 “서현이가 4선발로 들어가면 우리 팀은 선발 4명이 150km 투수다. 그러면 팀도 올해보다 내년에 더 좋아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외국인 원투펀치로 자리매김한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 토종 에이스로 성장한 160km 투수 문동주에 김서현까지 로테이션에 들어오면 ‘선발 왕국’의 꿈도 먼일이 아니다.
입단 때부터 마무리투수를 목표로 밝히며 불펜으로 시즌을 준비한 김서현은 2군에서 본격적인 선발 수업을 받고 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지난달 8일 김서현을 2군으로 내려보내며 “우리가 특별히 관리해야 하는 선수다. 2군에서 투구수를 늘리며 감을 찾고, 체계적인 트레이닝 과정을 거칠 것이다”며 육성을 위한 선발 수업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발 전환 후 퓨처스리그 3경기에서 김서현은 11이닝 11피안타 8볼넷 15탈삼진 3실점(2자책) 평균자책점 1.64로 호투하고 있다. 투구수도 38구, 74구, 97구로 차츰 늘리며 선발의 몸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 결국 후반기 선발로 1군 복귀 계획이 잡혔다. 최원호 감독은 “평균 150km 이상을 던지는 투수는 변화구 구사 능력이 조금 약해도 KBO리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 팀에 4~5선발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괜찮다고 하면 안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 달간 김서현을 전담 지도한 박정진 한화 퓨처스 투수코치도 “선발 수업을 잘 받고 있다. 초등학교 이후 선발을 안 해봐서 처음에는 스스로 의구심도 들고 그랬는데 잘 적응하고 있다. 선발로서 스케줄에 맞춰 루틴을 만들었고, 마운드 위에서의 집중력도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김서현은 “아직까진 선발 로테이션에 맞춰 움직이는 게 익숙하지 않다. 한 번 던지고 나면 쉬면서 다음 등판을 준비하는 과정이 있는데 구원으로 던질 때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며 “그동안 선발의 매력을 잘 몰랐는데 코치님께서도 한 번 재미를 느껴보면 계속 선발을 하고 싶을 것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올 시즌 1군 18경기 모두 구원등판한 김서현은 1세이브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했다. 17⅔이닝 동안 삼진 23개를 잡았지만 볼넷 13개, 몸에 맞는 볼 5개로 제구가 흔들렸다. 고교 시절부터 팔 높이를 자유자재로 올렸다 내리며 천부적인 투구 감각을 자랑했지만 1군 마지막 5경기에서 3⅓이닝 8볼넷 3사구로 흔들리자 이 문제가 부각되기도 했다.
박정진 코치는 “팔 높이에 대해 선수 본인도 스트레스가 있어 터치를 하지 않았다. 현상보다 결과를 의식해서 그런 것이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본인 스타일에 맞게 편하게 하라고 했다. 밑으로도 던져보고, 약간 올려서도 던져보면서 자신이 느낀 가장 좋은 포지션을 찾았다. 지금은 스스로 느끼기에 제일 이상적인 팔 높이에서 던지고 있다. 스리쿼터와 사이드암의 중간, 로우 스리쿼터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2군에서 와인드업 자세로도 던지며 해볼 수 있는 시도를 마음껏 한 김서현은 “후반기 선발로 1군에 올라가면 선발투수로서 임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점수를 적게 줘야 한다. 팬분들께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 뵐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