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롯데 자이언츠의 전반기 마무리는 참혹했다. 기대했던 이상적인 마무리를 하지 못했고 결국 겨우 버티던 5할 승률도 무너졌다.
롯데는 지난 13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전반기 최종전에서 3-13으로 대패를 당했다. 이로써 롯데는 전반기 38승39패로 마감했다. 4월20일 이후 처음으로 5할 승률에서 무너졌다.
최근 2경기 페이스가 좋았던 외국인 선발 찰리 반즈가 1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사구 6실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래리 서튼 감독은 총력전 선언을 했지만 총력전을 펼치기도 전에 마운드가 처참히 무너졌다. 두 번째 투수로 등장한 한현희 역시도 실책성 수비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1⅓이닝 5피안타(2피홈런) 1탈삼진 5실점으로 난타 당했다. 두 선수가 초반에 와르르 무너지며 롯데는 전반기 최종전, 최악의 결과와 마주했다.
롯데로서는 당연히 불만족스러운 전반기다. 승패 마진을 +11까지 벌어놓으면서 LG, SSG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한 시기도 있었지만 6월 중순부터 벌어놓은 승차를 잃어버렸고 결국 5할까지 무너졌다. 어떻게든 버텨봤지만 이제는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5할까지 무너진 채 후반기를 맞이해야 한다.
롯데의 전반기는 지키는 야구에 적절한 작전과 승부처 상황에서의 확실한 결정타로 승리를 쌓아갔다. 투타에서 뚜렷한 강점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득점권 상황 집중력이 뛰어났고 어떻게든 실점 없이 버틴 투수진 덕분에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승리의 달콤함에 취해 있던 가운데, 투수진은 조금씩 곪아가고 있었다.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 찰리 반즈가 기대 이하의 역량을 보여주면서 불펜진이 빠르게 가동되어야 했다. 최소한 외국인 원투펀치가 등판하는 날에도 불펜은 쉬지 못했다. 스트레일리가 80⅓이닝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4회, 반즈가 82⅔이닝 퀄리티스타트 7회를 기록했다. 외국인 원투펀치의 이닝 소화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최소한의 역할을 못 해냈다. 시즌 초반에는 나균안, 전반기 막판에 들어서는 박세웅이 토종 선발진에서 제 몫을 했지만 두 선수가 버텨주기에는 결국 불펜진도 한계가 있었다.
시즌 초반 선발진이 무너지는 가운데서 불펜진이 많은 이닝을, 그리고 피로도가 높은 상황에서 등판해야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탈이 나기 시작했다. 롯데 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은 5.37로 리그 꼴찌다. 무엇보다 구상했던대로 불펜진이 꾸려지지 않았다. 필승조 한 축을 담당해줘야 했던 최준용은 부진과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 머문 기간이 36일에 불과하다(부상자명단 제외). 김도규 역시 부진했다. 지난해 SSG에서 방출된 김상수, 그리고 좌완 김진욱이 이 역할을 대신했지만 이들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서 체력 문제 등으로 무너지는 날이 잦아졌다.
일단 최악이 더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지 않을까. 전반기가 끝나고 일주일 가량 올스타 휴식기에 돌입한다. 재정비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 기간 기존 선수들은 재충전하고 복귀해야 하는 선수들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한현희가 불펜진으로 이동하고 재활에서 돌아온 이인복이 경기 감각을 찾고 지난해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해 26경기 9승9패 1홀드 평균자책점 4.19로 땅꾼 선발 투수로 길을 찾았던 이인복은 팔꿈치 뼛조각 수술 여파로 6월 말 선발진에 합류했다. 등판 일정상 최근 2경기는 모두 불펜으로 등판했다. 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5.27의 성적에 불과하다. 그러나 9일 LG전 1⅓이닝 무실점, 13일 NC전 2⅓이닝 2실점(1자책점) 등으로 경기 감각을 찾아가고 있다.
불펜진에서는 최준용이 등 부상을 털고 7월부터 다시 복귀했다. 복귀 후 4경기에서 4⅓이닝 2실점의 성적이지만 이제는 2021년 20홀드를 기록했던 그 위용과 위력을 다시 보여줘야 한다. 기존 김상수 김진욱 구승민 김원중 등 필승조 투수들이 안고 있던 부담을 똑같은 위치에서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팀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는 외국인 투수 교체다. 이미 무릎 부상을 안고 있던 타자 잭 렉스를 퇴출하고 니코 구드럼을 영입했다. 교체카드 남은 1장을 투수진에 쓰는 것을 고민 중이다. 메이저리그 후반기 시작(15일)을 앞두고, 흔히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의 기로에 있는 ’AAAA급’ 선수 시장은 다시 한 번 요동칠 전망. 아시아 무대도전을 원하는 선수들이 옵트아웃 조항으로 시장에 나오게 되고 괜찮은 매물이 있으면 그때 롯데도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3장의 반전 카드는 확실하게 후반기에 준비되어 있다. 과연 롯데는 다시금 마운드의 힘으로 5할 승률에 복귀하고 더 높은 순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