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첫해 역대 베어스 감독 최다 연승 타이기록을 세운 두산 이승엽 감독이 모든 공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돌렸다.
지난해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은 두산은 42승 1무 36패 3위로 기분 좋게 2023시즌 전반기를 마쳤다. 시즌 초반 부상자 속출과 각종 시행착오로 5위와 6위를 전전했지만 7월 1일 울산 롯데전 승리를 시작으로 파죽의 9연승을 달리며 2위 SSG에 4경기 뒤진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시즌 내내 5할 승률을 걱정하던 두산이 2위를 넘볼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선 것.
13일 인천 SSG전이 우천 취소된 뒤 만난 이승엽 감독은 “5할 –3에서 시작했는데 거기서 더 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만일 –10이 될 경우 10연승을 해야 5할이다. 위닝시리즈를 10번 해야 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라며 “그래서 총력전을 선언했고, 선수들이 거기에 잘 따라주고 준비해줘서 이렇게 9연승에 성공했다. 선수들의 이기려는 마음이 강해서 연승 기간 좋은 모습이 많이 나왔다”라고 돌아봤다.
이 감독은 지난 12일 경기 승리로 역대 베어스 감독 데뷔 시즌 최다 연승 타이기록에 도달했다. 김영덕(OB, 1982년 5월 22일 시민 삼성전~6월 12일 대전 MBC전), 김성근(OB, 1984년 4월 17일 대전 삼미전~4월 28일 구덕 롯데전) 등 기라성 같은 지도자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이었다.
당시 김영덕 감독은 한일은행, 장충고, 북일고 감독을 거쳐 OB 지휘봉을 잡았고, 김성근 감독 또한 기업은행, 충암고, 신일고 감독, OB 투수코치로 지도자 경험을 쌓은 뒤 프로 구단 감독이 됐다. 두산에서 첫 지도자가 된 이 감독의 9연승이 더 빛나는 이유다.
이 감독은 “내가 잘한 게 아니고 선수들이 잘했다. 그 공은 선수들에게 돌린다. 나만의 기록이 아닌 우리 선수들, 팀 모두가 고생하고 시행착오를 겪어서 나온 기록이다. 6월까지 힘든 시기를 버티니 페이스가 올라왔다”라며 “초임 감독이 연승을 했고, 그게 기록이라고 하는데 사실 와 닿지는 않는다. 훌륭하신 분들과 비교 자체가 안 된다”라고 겸손한 소감을 남겼다.
사령탑으로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을까. 이 감독은 “부임하고 처음 대구에 내려갔는데 2경기 연속 1점 차 패한 뒤 한화전에서 5-2로 이기고 있다가 역전패를 당했다. 투수 교체가 잘못되지 않았나 싶다. 모든 책임을 내가 져야한다고 생각하니 힘들었다. 경기 후반 역전되는 건 벤치 실수가 선수 책임보다 크다. 그 때는 심적으로 힘들었다. 내가 잘한 건 주위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못한 건 내 책임이다”라고 밝혔다.
전반기 수훈선수로는 추격조, 롱릴리프, 필승조를 가리지 않고 전천후로 활약한 김명신, 그리고 베테랑 선수들을 꼽았다. 이 감독은 “기자분들도 아시겠지만 김명신이 고생을 했다. 베테랑들도 다 고생했다. 양의지도 복귀해서 좋은 모습 보였고, 김재호는 초반 2군까지 갔다 왔는데 잘해줬다. 허경민도 몸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서 최선을 다했다. 베테랑들이 잘해준 걸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전반기 타율 2할4푼 7홈런에 그친 4번타자 김재환을 향해서는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 감독은 “성적이 생각보다 나지 않은 상태에서 본인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부진한 상태서 경기를 계속 나갈 수밖에 없었다”라며 “김재환이 잘해주면 우리 타선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본인의 좋았을 때의 스윙을 찾는 데 도움을 계속해서 주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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