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고생이 그렇게 심했을까?
KIA 타이거즈 정해영이 시련을 딛고 귀중한 세이브를 수확했다. 지난 12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광주경기에서 3-2로 뒤진 9회초 2사만루에 등판해 한 타자를 2구만에 내야땅볼로 유도하고 승리를 지켰다. 5월27일 LG 트윈스전 이후 무려 46일 만에 거둔 세이브였다.
원래 마무리 등판이 예정된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장현식이 9회 만루위기를 초래하며 흔들리자 긴급 등판한 것이었다. 정해영은 경기를 마치고 "정말 많이 떨렸다"며 감회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 긴장감의 여운이 남았는지 목소리도 떨렸고 눈시울도 살짝 붉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 2월 오키나와 2차 스프링캠프에서 정해영은 "이상하게 구위가 오르지 않는다"고 한숨을 지었다. 대외 연습경기에서도 140km이 되지 않는 스피드였다. 한때 150km까지 던졌고 평균 145km를 찍었던 정해영이 아니었다. 2년 연속 30세이브를 따낸 시그니쳐 직구의 힘을 되찾지 못했다.
시범경기를 보냈지만 마찬가지였다. 김종국 감독도 걱정을 하면서 "개막하면 돌아올 것이다"며 마무리 투수로 굳은 신뢰를 보였다. 그러나 개막 이후도 변함이 없었다. 타자들은 직구만 노리고 들어왔다. 개막 초반 정타율과 피안타율, 피출루율이 높아지고 블론세이브도 했다.
그래도 2년 연속 마무리답게 11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버텨냈다. 그러나 5월17일 광주 삼성전에서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3실점하며 흔들렸다. 5월24일 대전 한화전도 홈런을 맞고 힙겹게 세이브를 따냈다. 스피드가 높아지는 듯 했지만 다시 낮아졌고 정타타구가 많은 것은 여전했다. 급기야 김감독은 5월28일 구위회복을 위한 엔트리 말소를 결정했다.
몸도 마음도 많이 힘겨운 상황이었다. 2년 연속 30세이브 투수가 갑자기 구위가 떨어졌으니 자신이 가장 실망스럽고 조급할 수 밖에 없었다. 주변도 우려의 시선도 쏟아졌으니 마음의 부담은 더욱 컸다. 또 하나 아쉬운 일도 생겼다. 오매불망했던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대표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올해를 야구인생의 가장 중요한 해로 생각했다. 좀 실망스러웠지만 내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재활군으로 이동해 서재응 코치(현 1군 투수코치)와 20일 동안 하체 훈련에 매달렸다. 퓨처스 팀으로 이동해 실전점검을 하며 손승락 감독의 조언도 받았다.
손감독과 서코치 모두 상체위주의 투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체훈련에 매달렸다. "하체가 나가기전에 상체가 먼저 나가면서 팔로만 던졌다. 내 몸을 못쓰니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다. 상체를 뒤에 두고 하체 밸런스 운동을 했다. 웨이트 같은 파워운동도 많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전에서 구위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7월2일 콜업을 받았다. 마무리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3경기 등판하며 점검을 했다. 평균구속이 145km 이상을 찍었고 정교한 제구도 과시했다. 포크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 구사율도 높였다. 김감독도 "구위가 좋아지고 있다. 곧 가장 뒤에 배치하겠다"며 마무리 복구를 예고했는데 이날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아직 전력분석의 데이터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공이 이전보다 가는 것이 달라지긴 했다. 공의 회전이 빨라졌다고 했다. 변화구를 많이 던지는데 상대에게 분석이 많이 됐으니 나도 패턴을 바꿔야 한다. 직구로 밀어부치는 스타일이어도 때로는 변화구로 타자를 유인해야 한다. 이제 잘해야 한다. 올려만 주시면 막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