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빅 매치였다. 1~2위 간 맞대결이다. 랜더스 필드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의외다. 시리즈 첫판 승부가 싱겁게 끝났다. 너무나 일방적인 게임이었다. (6월 27일, LG-SSG전)
원정팀은 1회 초부터 터졌다. 두 명의 오 씨 덕이다. 2사 후 오스틴 딘이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아줬다. 이어 오지환이 폭발했다. 시즌 1호 홈런이다. 스코어 3-0으로 출발했다. 이 경기는 결국 14-0으로 종료됐다. 홈 팀의 당혹스러운 대패였다.
충격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6-1로 앞서던 게임을 뒤집혔다. 8회 신민재, 홍창기, 김현수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3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6-8 패배. 시리즈 2경기를 모두 내준 것이다. (세 번째 게임은 우천 취소)
아마 이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랜더스가 내리막을 탄다. 선두 자리를 내준 것도 그 무렵이다. 이후 10경기에서 3승 7패로 부진에 빠졌다. 6할 승률은 이미 깨졌다. 1위와 승차는 2.5게임까지 벌어졌다. 반대로 중위권의 추격을 걱정할 처지다.
무기력한 대패가 속출한다. 중하위권 팀에게도 힘을 못 쓴다. 3-17(5일 KIA전), 0-7(9일 한화전) 같은 스코어로 무너진다. 이 기간(10게임) 실점이 78점이다. 게임당 8점가량을 잃는 셈이다(득점은 44점).
낯선 모습이다. 지난해 챔피언 아닌가. 와이어 투 와이어로 흔들림 없는 위용을 보였다. 왕조를 재건하는 분위기였다. 올해도 6월까지는 괜찮았다. 1위, 혹은 큰 차이 없는 2위를 유지했다. 상당한 전력 손실에도 불구하고 ‘역시 저력 있는 팀’이라고 평가받았다.
어제(12일) 경기가 그랬다. 최근 슬럼프의 단면을 보여준 일전이다. 선발 KK는 에이스 역할을 다했다. 6.1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97개나 던지며 혼신을 바쳤다.
하지만 연승 중인 두산이다. 막판 공세에 불펜이 뚫렸다. 문승원과 노경은이 지키지 못했다. 결국 1-4 역전패를 허용했다. 홈에서만 6연패다. 3위 베어스에게 9연승을 허락했다. 둘의 간격은 4.0 게임차로 좁혀졌다.
결정적 패인은 라인업에서 찾아야 한다. 홈런 1위 최정이 부상으로 제외됐다. 타격 1위 기예르모 에레디아는 단기 휴가를 떠났다. 예정된 (미국) 시민권 취득 인터뷰 때문이다. 3~4번 타자가 빠졌다. 특히나 의존도가 큰 타자들이다. 가벼워진 무게는 대체 불가다.
주변 타자들의 침체도 길어진다. 무엇보다 한유섬이 심각하다. 타율 0.185, OPS 0.531로 늪에 빠졌다. 어제(12일)도 자신에게 걸린 두 번의 기회를 놓쳤다. 7회 2사 2, 3루, 9회 2사 만루를 해결하지 못했다. 올해 60게임, 213타석으로 출전 기회는 제법 많았다. 하지만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친다. 홈런은 2개뿐이다. 5월 25일(LG전) 이후로는 감감무소식이다.
활력소였던 박성한(타율 0.267)과 최지훈(0.269)도 영 작년만 못하다.
마운드도 흔들린다. 6월까지는 커크 맥카티가 버텨줬다. 7승 3패, ERA 2.52로 안정감이 돋보였다. 그러나 6월 21일 전완근 부상으로 이탈했다. 팀이 침체에 빠진 시기와도 일치한다. 공백을 메워줘야 할 박종훈도 여의치 않다. 1승 6패 ERA 6.31로 부진하다.
초반 괜찮았던 오원석도 하락세다. 6월 21일 5승째가 마지막이다. 이후 3번의 등판에서 연달아 무너졌다. 13이닝 동안 18실점했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은 11.08이다. 4사구 8개를 허용한 게 치명적이다.
랜더스는 요즘 악재가 거듭된다. 퓨처스 팀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조사도 받고 있다. 집단 가혹행위와 폭행에 대한 것이다.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이미 보고서와 경위서가 제출된 상태다.
구단은 “클린베이스볼센터의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고 있다. 상벌위원회 결과 등을 충실하게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김원형 감독도 고개를 숙였다. “요즘 시대에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되는데, 선수단 관리를 소홀히 한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들에게는 유난히 덥고, 힘든 7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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