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전반기 또한 기대에 못 미치며 낙제점을 받은 두산 4번타자 김재환(35).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 없는 두산은 의미가 없다”라는 굳건한 신뢰와 함께 후반기 다시 한 번 115억 거포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했다.
지난 11일 인천에서 만난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 이야기가 나오자 “아~”라는 탄식과 함께 “김재환은 전반기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타구를 날리지 못했다”라고 전반기에 낙제점을 줬다.
김재환은 2021시즌을 마치고 원소속팀 두산과 4년 총액 115억 원 대형 FA 계약에 골인했다. 그러나 계약 첫해 128경기 타율 2할4푼8리 23홈런 72타점 OPS .800의 부진을 겪으며 구단과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4번타자가 제 몫을 하지 못한 두산은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었다.
이에 이 감독은 작년 10월 사령탑 부임과 함께 김재환 살리기에 나섰다. 시작은 선수와의 면담이었다. KBO 통산 홈런 1위(467개)에 빛나는 이 감독은 “작년 팀 홈런이 101개더라. 4번타자가 40개를 쳤으면 130개까지 올라갔을 텐데. 6월에는 2할4푼 정도 쳤으니 팀 타율보다 낮다”라며 “연습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한데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네 스스로 뭐가 문제였는지 파악해야 한다”라고 김재환을 질책했다.
김재환은 작년 10월 우측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며 2월 스프링캠프 합류 전까지 재활에 전념했다. 다행히 웃자란 뼈를 제거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었고, 빠른 회복과 함께 호주 스프링캠프를 완주했다. 그리고 시범경기서 12경기 타율 3할8푼7리 1홈런 6타점 활약을 펼치며 2023시즌 전망을 밝혔다.
김재환의 전반기는 또 실망의 연속이었다. 76경기에 나선 가운데 타율 2할4푼4리 7홈런 29타점 OPS .737로 또 4번타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개막전에서 홈런을 치며 올해는 다를 것이란 예감이 들었지만 4월 월간 타율 2할7푼1리, 5월 2할3푼9리, 6월 2할5푼에 이어 7월 1할7푼2리로 페이스가 계속해서 떨어졌다. 6월 중순부터는 아예 4번 자리를 내줬고, 2번, 3번, 5번 등 타순을 이동해가며 반등을 노렸다. 물론 효과는 크지 않았다.
두산은 김재환의 부진에도 최근 8연승을 비롯해 2위 SSG에 5경기 뒤진 3위(41승 1무 36패)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사령탑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타선의 중심을 잡아야할 김재환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후반기에도 계속해서 김재환 살리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 감독은 “김재환이 타석에서 2018년 MVP급 활약을 다시 펼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라며 “본인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스윙을 할 수 있도록 타격코치들이 노력할 것이다. 지난 포항 삼성전 홈런 같은 걸 말하는 것이다. 나는 묵묵히 기다릴 것이다. 김재환 없는 두산 타선은 큰 의미가 없다”라고 신뢰를 보였다.
봄의 부진을 딛고 여름 들어 주축 타자들이 하나둘씩 감각을 되찾고 있는 두산 타선이다. 이 감독은 “강승호, 김재호, 정수빈, 양의지, 양석환에 로하스까지 좋아지고 있다. 타선의 짜임새가 생긴 느낌이다”라며 “이제 마지막은 김재환이다. 우리 타선의 키플레이어다. 김재환이 좋아지면 타선이 바뀔 것이고, 팬들께서 두산을 기대해주셔도 좋을 듯하다”라고 김재환의 후반기 반등을 간절히 기원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