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많은 선수 중 하필이면 장기 재활 소견을 받은 박준영(26)이었을까. 논란 속 택한 보상선수가 시간이 흘러 복덩이 향기를 풍기고 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12월 2일 FA 자격을 얻어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박세혁의 보상선수로 내야수 박준영을 지명했다. NC와 4년 총액 46억 원에 FA 계약한 박세혁은 A등급으로, 두산은 당시 박세혁의 직전 연봉(3억 원) 200%와 20인 보호선수 외 선수 1명 또는 연봉의 300%를 보상받을 수 있었다.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받은 두산은 고심 끝 전자를 택하며 내야진을 보강했다.
박준영은 경기고를 나와 2016 신인드래프트서 NC 1차 지명을 받았다. 그 때는 140km대 중반의 직구를 던지는 투수 유망주였다. 그리고 첫해 32경기 1승 3패 5홀드 평균자책점 6.95로 가능성을 남겼다. 그러나 시즌 후반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면서 타자 전향을 결심했다.
박준영은 2020시즌부터 타자로 출전했다. 수비의 경우 고교 시절 투수와 유격수를 모두 봤기에 큰 무리 없이 유격수를 담당했다. 그러나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며 통산 221경기 타율 2할7리 109안타 12홈런 53타점 12도루의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2022시즌 또한 75경기 타율 2할1푼6리 4홈런 19타점에 그쳤던 터.
여기에 박준영은 10월 12일 어깨 탈구로 인한 수술을 받으며 보상선수 지명 당시 재활 중인 선수였다. 수술 당시 무려 8개월 장기 재활 소견을 받았고, 이에 따라 2023시즌 후반기는 돼야 복귀가 가능한 선수로 분류됐다.
그럼에도 박준영을 과감히 지명한 두산 관계자는 당시 “우리는 내년 전반기까지 충분히 야수 전력이 있다. 복귀 후 준비를 잘하면 후반기 충분히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싶다”라며 “사실 야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활용 폭이 커진다. 감독님과도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 아직 어린 나이라서 2~3년 더 준비하면 나아질 것으로 본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박준영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후반기가 아닌 5월 중순 퓨처스리그 무대에 등장했다. 오랜 공백으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6월 22일 고양전 멀티히트를 기점으로 감을 잡더니 7월 4경기 타율 4할(15타수 6안타) 3홈런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7일 마침내 이승엽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박준영의 타격은 잠실구장에서도 통했다. 잠실 키움 3연전의 첫 경기인 7일 1군 등록과 함께 교체 출전해 2루타를 때려내며 강렬한 이적 신고식을 치렀고, 8일 무안타를 거쳐 9일 3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1볼넷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8연승을 이끌었다. 사이클링히트에 2루타가 빠진 맹활약이었다.
매년 FA 유출을 겪은 두산이지만 그에 따른 보상선수가 성공한 케이스는 지난 2019년 ‘양의지 보상선수’ 이형범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강승호(최주환 보상), 박계범(오재일 보상), 박정수(이용찬 보상), 강진성(박건우 보상) 등이 차례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지만 성공 신화급의 실력을 뽐내진 못했다.
그런 가운데 박준영이 혜성처럼 등장해 4년 만에 보상선수 성공신화를 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 1군 3경기가 전부이지만 일단 시작은 상쾌하다. 두산의 7개월 전 선택이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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