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덥다. 염천이다. 비가 오는데, 무더위가 겹친다는 야릇한 예보다. 오늘(11일)이 겨우 초복이다. 여름이 한참 남았다는 말이다. 선선한 바람은 아직 까마득하다. 저 멀리 북쪽 끝에 머문다. 그런데 벌써 가을을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다.
야구 없는 월요일이다. 어제(10일) 몇몇 커뮤니티가 뜨거웠다. 의미심장한 예고 탓이다. ‘오늘 중으로 핵폭탄 터질 것.’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다만 게시글의 작성자가 트윈스 팬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대략 선수단에 관한 내용일 것이라는 짐작이었다.
굴뚝에 연기가 나기 시작한다.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구체적인 소문으로 재생산되고, 점점 커진다. 트레이드에 대한 썰이다. 가장 관심을 끈 헤드라인은 이거였다. ‘수도권 팀 선발과 맞바꾸는 발표가 날 것.’ 대가는 젊은 야수 1명과 드래프트 지명권이 포함된다는 줄거리다.
또 다른 것도 있다. 외국인 투수끼리의 교환에 대한 것이다. 상대는 지방 구단이다. 역시 지명권을 포함한 부대조건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혹은 외국인 투수의 교체가 임박했다는 뇌피셜도 돌았다.
하지만 결국 월요일은 지나갔다. 헛피셜이 남긴 허무함이 게시판을 가득 채웠다. 헛헛함은 실망과 분노로 바뀐다. ‘떡밥 제대로 물렸다’ ‘기다렸는데 결국 꽝이네’ ‘이러다 또 작년 꼴 난다’ ‘연막일 거다. 기다려보자’ ‘가을 야구 계획이 도대체 뭐냐’….
팬들의 전문용어다. ‘일부’라는 지칭이다. 그러니까 ‘일부 팬’의 줄인 말이다. 주류는 아니지만, 강하고 튀는 의견이나 주장을 하는 몇몇을 일컫는다. 물론 좋은 의미일 리 없다. 내 뜻과는 다르다는 거리감을 내포한다.
주장대로면 그 ‘일부’다. 몇몇 트윈스 팬들의 걱정이 크다. 앞으로 3~4개월 후. 가을에 대한 우려다. 이대로 가면 숙원을 풀 수 있을까. 혹시라도 작년처럼 업셋 당하는 건 아닌가. 그런 불안함을 떨치기 어렵다. 그래서 질타하고, 비난하고, 재촉한다.
이유는 하나다. 선발진이 미덥지 않다. 대권을 잡으려면 1~3선발이 좋아야 한다. 아니, 원-투 펀치라도 확실해야 한다. 그런데 애덤 플럿코를 제외하고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 물론 타당한 지적이다. LG의 현재 전력에서 거의 유일한 문제점이다.
무엇보다 케이시 켈리의 페이스가 너무 떨어진다. 괜찮겠지, 괜찮겠지 했는데. 부진이 오래 간다. 때문에 교체설도 나온다. 어떤 식이든 변화를 주려면 마감일을 지켜야 한다. 7월 말까지는 이뤄져야 포스트시즌에 뛸 수 있다.
그렇다고 국내파들이 뚜렷한 것도 아니다. 임찬규가 괜찮지만, 신뢰감이 더 필요하다. 고정적인 4~5선발도 없다. 후보만 여럿이다. 오디션이 여전히 진행이다. 캐스팅에는 한참 더 걸릴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일부’의 신경이 곤두선 것 같다.
다시 한번 얘기한다. 일부의 지적은 매우 적절하다. 그리고 합리적인 주장이다. 개연성도 충분하다.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한 추론이라고 믿는다.
다만. 그럼에도.
트윈스는 지금 더할 나위 없다. 막강한 1위다. 뛰어난 팀이다. 승률 6할을 넘기는 유일한 존재다. 지난해 챔피언(랜더스)과도 점점 격차가 벌어진다. 어느덧 2.5게임차가 됐다. 그리고 그 아래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모든 팀들이 부러워하는 까마득한 대상이다.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다. 쉬어 갈 곳 없는 타선이다. 팀 타율(0.287)은 당연히 1위다. 불펜도 최강이다. 필승조가 2개로 돌아갈 정도다. 그 덕에 팀 평균자책점(3.63) 역시 가장 낮다. 내외야 수비도 탄탄하기 이를 데 없다. 허술한 곳 찾기가 어렵다. 덕분에 4~5점 차이에도 상대가 겁을 먹는다. 쫓아가서 뒤집어 버리는 무서운 뒷심 때문이다.
맨 앞을 질주하는 게 얼마 만인가. 흙먼지 마실 걱정도 없지 않은가. 유광 점퍼를 꺼내려면 아직 멀었다. 가을 준비? 그건 알아서 할 사람들 따로 있다. 프런트 오피스가 수십 명이다. 감독 코치가 매일 머리를 맞댄다. 그들 역시 급하고, 절실한 당사자들이다.
오랜 기다림의 끝이다. 지금은 그냥 즐기시라. 마음껏 환호하고, 노래 불러라. 그럴 자격 충분한 당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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