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벤치의 이중 키킹, 견제 동작 항의에도 의연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오히려 더 강한 승부욕을 발휘하며 데뷔전부터 대박 예감을 들게 했다.
KIA 새 외국인투수 마리오 산체스(29)는 지난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7차전에서 데뷔전을 갖고, 6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10탈삼진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5회 1사 후 이호연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며 실점했지만 나머지 이닝에서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을 뽐냈다. 득점권 위기에 처했던 이닝은 장성우에게 2루타를 맞은 4회가 유일했다. 최고 147km의 직구 아래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투심, 커터 등 다양한 변화구를 곁들여 데뷔전에서 퀄리티스타트를 해냈다. 산체스는 투구 분석표에 나오지 않은 스위퍼도 구사했다고 밝혔다.
산체스는 경기 후 “일단 기분이 너무 좋다. 시즌 내내 오늘처럼 했으면 좋겠다”라며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은 스위퍼다. 스위퍼로 삼진을 많이 잡았다. 작년부터 던지기 시작한 구종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다만 데뷔전이 기록만큼 순탄했던 건 아니다. 4회말 시작에 앞서 이중 키킹 논란에 휩싸이며 심판진의 주의를 들었고, 6회말 도중 1루주자 감상수를 견제하다가 견제 동작에 대한 적장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KIA 관계자는 “투구 시 왼쪽 다리를 일정하게 들어야하는데 한 번 더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여 심판진이 이 부분을 산체스와 코칭스태프에게 설명했다. 규정 상 이중 동작을 하면 안 되기에 그 모션이 한 번 더 나오면 볼로 판정한다는 주의를 줬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당사자는 의연했다. 산체스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부분이 날 달아오르게 하는 요소가 됐다. 더 자신 있게 던졌다”라며 “이중 동작은 커리어 내내 항상 해왔던 거다. 따라서 지금 당장 아예 안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이를 볼로 판정한다면 안 하겠다”라고 밝혔다.
산체스는 6회 견제 동작 항의를 받은 뒤 오히려 견제 횟수를 늘리는 모습을 보였다. KIA 팬들은 환호했고, KT 팬들은 야유를 보내며 팬들간의 신경전이 잠시 펼쳐지기도 했다. 산체스에게 의도를 묻자 “김상수가 빠른 주자라 견제를 많이 한 것뿐이었다. 경기 전 분석하면서 김상수의 주력을 확인했다. 견제를 일부러 여러 차례 한 건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독특한 견제 동작을 취하게 된 배경도 들을 수 있었다. 산체스는 “작년에 함께 뛰던 한 동료가 커리어 내내 이런 동작으로 견제를 했다. 나 또한 작년 캠프에서 시도해 경기에서 써봤는데 바로 견제사를 잡아내며 그 때부터 이런 동작을 하고 있다. 주자 묶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전임자인 아도니스 메디나와는 차원이 다른 투구를 뽐낸 산체스. 그는 자신의 데뷔전에 얼마나 만족했을까. 산체스는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다. 1점을 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기록이 어떻든 팀이 이기면 된다”라고 팀퍼스트 정신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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