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미련을 버려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일까. 롯데 자이언츠 댄 스트레일리(35)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듯 하다. 롯데 가을야구를 위해서는 이제 냉정하게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지난 2020년 KBO리그에서 롯데 유니폼을 처음 입었던 스트레일리는 위력적인 구위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닥터 K’의 면모를 뽑냈다. 리그를 압도하며 31경기 15승4패 평균자책점 2.50(194⅔이닝 54자책점) 205탈삼진의 성적을 남겼다. 리그 탈삼진왕 타이틀은 스트레일리의 몫이었다.
재계약을 했고 이듬해에는 31경기 10승14패 평균자책점 4.07(165⅔이닝 75자책점)로 이전시즌보다는 위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믿고 맡길 수 있는 외국인 에이스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2022년에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롯데를 떠났지만 후반기 대체 선수로 합류, 11경기 4승2패 평균자책점 2.31(62⅓이닝 24자책점)로 역할을 해냈다.
올해까지 다년계약을 맺으면서 지난해 후반기 활약을 이어가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우하향을 하던 구위가 성적으로도 연결이 됐다. 지난해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2021년 기준보다도 떨어졌다.
스포츠투아이에서 측정한 투구추적시스템(PTS) 데이터는 스트레일리가 최고점에서 점점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있다. 패스트볼의 구속과 움직임, 그리고 분당 회전수 모두 떨어지고 있다.
▲ 스트레일리 최근 3년 PTS 패스트볼 데이터(평균구속 / 상하무브먼트 / 분당회전수)
2021년 : 145.8km / 26.7cm / 2575.4회
2022년 : 143.3km / 26.9cm / 2373.2회
2023년 : 143km / 25.6cm / 2374.4회
지난 9일 사직 LG전 팀은 7-4로 승리했지만 선발 등판한 스트레일리는 웃지 못했다. 4이닝 99구 7피안타 3볼넷 4실점을 기록했다. 앞선 3경기에서는 5이닝이라도 채우면서 최소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이날은 LG 타선을 상대하는 것 자체가 버거웠다. 1회 투구수가 36개나 되는 등 2회까지 62개의 공을 던졌다. 요행으로 버티다가 무너졌다. 벤치도 요행을 바라다 6-1로 앞서던 경기를 그르칠 뻔 했다.
예전 같으면 헛스윙이 되거나 힘 없는 범타로 연결되어야 하는 공들이 모두 파울로 커트되면서 투구수가 불어났다. 삼진형 투수인 스트레일리가 삼진을 잡지 못하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닝 당 투구수는 18.2개로 이상적인 수치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다. 또한 구위가 떨어지고 변화구에 속지 않으니 볼넷 수치도 나빠지고 있다. 공이 날리는 현상도 매 경기 나타나고 있다. 악력이 떨어져서 공을 제대로 찍어 누르지 못한다는 의미. 상하무브먼트, 분당회전수 수치의 저하가 미치는 여파가 크다.
5이닝 정도만 소화하는 외국인 선수로 전락했다. 지난 9일 경기는 5이닝도 소화하지 못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최소한의 기대치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16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는 4번. 지난 6월2일 KIA전(7이닝 8피안타 1볼넷 8탈삼진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마지막으로 6경기 연속 6이닝 미만의 투구를 기록 중이다. 1,2선발 역할을 해줘야 하는 선수가 4,5선발급 피칭을 하고 있으니 불펜 과부하는 필연젹이다.
한계에 봉착한 스트레일리에 대한 미련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대체 선수 시장이 어렵다는 것이 10개 구단의 중론이지만 필요한 팀들은 기존 외국인 선수를 과감하게 교체했다. 이전에 활약했던 선수들을 다시 데려오는 등 발빠르게 움직여서 대체 선수를 구했다.
두산은 지난해 뛰었던 브랜든 와델을 재영입했다. 브랜든은 이미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두산 8연승 질주를 이끌고 있다. KIA도 지난해 활약한 토마스 파노니를 재영입했고 대만에서 활약하던 마리오 산체스까지 데려오며 승부수를 띄웠다. 산체스는 지난 9일 KT와의 데뷔전에서 6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10탈삼진 1실점 호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한화(리카르도 산체스), SSG(로에니스 엘리아스)도 대체 선수를 빠르게 결정한 뒤 동력을 다시 얻었다.
윈나우 시즌에 쓸데없이 미련을 남길 이유도, 고집을 부릴 여유도 없다. 상황이 오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지만 롯데는 다른 구단들에 비해 결단의 시기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체 선수에게 지급할 수 있는 금액은 점점 줄어들기에 괜찮은 선수를 데려올 확률은 점점 떨어진다.
모두가 반등의 동력을 마련하고 중위권 파리지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스트레일리 한 명 살리자고 팀이 추락하는 것을 바라만 봐야할까. 롯데는 점점 흘러가는 반등의 ‘골든타임’ 속에서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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