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역꾸역 요행이 이어진 경기였다. 온 우주가 도와주는 듯 했다. 그러나 우주가 지켜보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요행으로 외국인 투수의 자존심과 사기를 챙기려다가 대참사 직전까지 몰렸다.
롯데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7-4로 승리, 5할 승률을 사수했다. 그러나 이날 냉정하지 못했던 롯데 벤치의 판단이 연쇄 도미노 효과로 나비효과를 일으킬 뻔 했다.
선발 등판한 스트레일리는 1회부터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실점을 하고 또 막아내는 과정에서 행운이 많이 따랐다. 요행피칭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1회 홍창기에게 2루타, 문성주에게 적시타를 얻어 맞고 선제 실점했다. 김현수는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오스틴에게 중전안타, 오지환에게 볼넷을 허용하면서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오지환에게 1볼 2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에서 내리 볼 3개를 던져 허무하게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1사 만루에서 박동원을 8구 접전 끝에 포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웠다. 2사 만루. 그리고 문보경을 투수 직선타로 직접 처리했다. 무릎 아래 쪽의 라인드라이브 타구에 글러브를 뻗었고 타구가 빨려서 들어왔다. 타구속도는 154.4km였다. 스트레일리가 못 잡았으면 여지 없는 적시타성 타구였다. 겨우 1회 만루 위기를 극복했다. 투구수는 무려 36개였다.
타선이 1회말 곧바로 2점을 뽑으며 역전했다. 그러나 스트레일리는 2회에도 위기에 몰렸다. 선두타자 박해민은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지만 신민재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홍창기는 1루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1루수 전준우의 무리한 2루 송구로 타자와 주자 모두 살았다. 야수선택으로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까다로운 문성주의 타석. 결국 문성주를 상대로 3볼로 시작했다. 스스로 흔들렸다. 겨우 풀카운트까지 끌고 갔고 7구 째에 2루수 직선타로 요리했다. 이때 1,2루 주자가 자동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주자들은 귀루할 수 없었고 더블아웃으로 이닝을 마감했다. 또 다시 운이 따랐다. 2회에도 26개를 던졌다. 2회까지 투구수는 무려 62개.
3회는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그러나 이미 투구수는 점점 쌓여갔고 스트레일리의 힘이 떨어지는 시기가 오고 있었다. 결국 4회 요행의 기운도 떨어지는 듯 했다. 4회 박동원을 좌익수 뜬공, 문보경을 2루수 땅볼로 요리했다. 2사 후 박해민에게 중전안타, 신민재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2사 1,2루 위기에 몰렸고 홍창기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타선이 6점을 뽑아놓은 상태였지만 6-2로 격차가 좁혀졌다.
4회까지 투구수는 투구수는 89개. 점점 떨어지는 구위를 감안하면 교체를 해도 무방했다. 결과론이지만 교체를 하는 게 맞았다. 전날(8일) 3-12로 대패를 당하면서 사실상 필승조 투수은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7일은 우천 취소였다. 최근 롯데 불펜진이 불안하다고 했지만 5회 주자가 없는 깔끔한 상태에서 불펜진을 가동해서 총력전을 펼치는 선택도 생각해봄직 했다.
그러나 롯데 벤치는 스트레일리에게 과도한 신뢰를 표했다. 어쩌면 스트레일리의 자신감을 찾게 하기 위해 5이닝 승리 요건을 만들어주려는 모양새로도 비춰졌다. 그러나 스트레일리는 벤치의 기대에 부응할만한 힘이 없었다.
5회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우전안타, 오스틴에게 볼넷을 내줬다. 악력이 떨어지면서 공이 찍히지 않았고 날렸다. 제구가 안됐다. 결국 무사 1,2루 상황에서 불펜이 등판하는 불안항 상황이 만들어졌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무사 1,2루에서 올라온 이인복은 오지환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았다. 무사 1,3루 위기가 이어졌다. 박동원은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유격수 노진혁이 실책을 범했다. 6-4로 쫓기면서 무사 1,2루 위기가 계속됐다.
무사 1,2루에서 포수 손성빈의 2루 견제 송구로 오지환을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1사 1루. 문보경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이후 박해민을 유격수 인필드플라이, 신민재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겨우 5회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LG가 추격할 수 있는 사정권이 됐다. 전날 대승으로 필승조가 쉬었고 다음날이 휴식일이라고 하지만 4점 차 상황에서 필승조들을 쏟아붓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2점 차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LG 벤치도 승부수를 펼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롯데는 끊임없이 쫓기는 상황 속에서 남은 이닝을 풀어가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했다. 스트레일리에게 요행을 바랐다가 가뜩이나 페이스가 떨어진 불펜진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꼴이 됐다. 반대로 생각하면 불펜진 페이스가 떨어져 있었기에 스트레일리에게 5회까지만이라도 맡기려는 생각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불펜의 다양한 선택지 중에 선택하는 것에 비해 스트레일리에게 더 긴 이닝을 맡기는 것은 자충수에 가까웠다.
겨우겨우 위기를 넘긴 롯데는 6회에도 이어진 2사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극복했고 6회말 전준우의 멀어내기 사구로 달아나는 점수를 뽑았다. 3점의 격차가 결국 유지가 됐지만 롯데는 아슬아슬한 경기로 경기 내내 가슴을 졸여야 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