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위기를 직감하고 절망하고 있을 때, ‘예비역 포수’ 손성빈(21,롯데)의 레이저빔이 해결사가 됐다. 손성빈이 롯데의 5할 승률 사수를 이끌었다.
롯데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접전 끝에 7-4로 승리했다. 이로써 롯데는 38승37패가 되면서 5할 승률을 다시 한 번 사수했다.
모처럼 타선이 폭발했다. 1회초 선제 실점했지만 1회말 2점을 뽑아내며 역전했고 2회 황성빈의 땅볼과 김민석의 적시타, 전준우의 적시타를 묶어 3점을 추가했다. 3회에는 유강남이 솔로포를 쏘아 올리면서 6-1의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4회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선발 스트레일리가 꾸역꾸역 버티다가 4회 2사 후 1점을 더 실점하면서 6-2가 됐다. 그리고 5회 스트레일리가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뒤 오지환에게 적시타, 그리고 유격수 노진혁의 포구 실책으로 2점을 더 헌납했다. 6-4로 쫓기면서 무사 1,2루 위기가 계속됐다. 5점 차의 여유있던 상황이 이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최근 불펜진의 부진을 생각하면 2점 차는 분명 불안했다.
하지만 이날 선발 포수 마스크를 쓴 손성빈이 LG의 작전과 빠른 주자들을 적절하게 견제했고 손성빈의 어깨로 직접 위기상황을 극복했다. 이날 주전 포수 유강남은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고 손성빈이 포수를 봤다. 경기 전 래리 서튼 감독은 "유강남의 휴식이 필요하고 타격감이 좋아서 지명타자로 출장했다. 손성빈은 수비와 송구가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러닝게임을 추구하는 LG를 상대로 수비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손성빈을 내세운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손성빈은 상대의 도루 시도 3번을 모두 저지했다. 도루저지율 100%의 강견.
서튼 감독의 노림수가 제대로 적중한 이닝이 바로 5회였다. 5회 무사 1,2루 위기에서 LG는 번트 작전을 냈고 롯데 수비진을 교란시키기 위해 주자들의 리드폭이 컸다. 하지만 손성빈은 이를 가만히 지켜보지 않았다. 무사 1,2루 문보경 타석 때 초구를 받고 곧바로 2루에 송구를 했다. 접전 타이밍이었고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롯데는 곧바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다시 화면을 돌려본 결과 손성빈의 송구가 더 빨랐고 유격수 노진혁의 태그가 먼저 이뤄졌다.
영리한 주자인 오지환을 손성빈이 과감한 판단으로 저격하며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1사 1루 상황에서 문보경을 다시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박해민을 유격수 뜬공, 신민재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았다. 손성빈이 사실상 5회 분위기를 바꿨다고 봐도 무방했다.
손성빈은 7회초에도 다시 한 번 자신의 장기를 뽐냈다. 7회 선두타자 문보경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박해민은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고 신민재를 삼진으로 솎아냈다. 이때 2루 도루를 시도하던 문보경을 다시 한 번 정확히 잡아내면서 이닝을 종료시켰다. 손성빈의 도루저지율 100% 행진은 계속됐다.
결국 롯데는 리드를 지키며 간신히 5할을 다시 사수했다. 손성빈은 타석에서도 2회 좌중간 2루타를 때려내면서 타선의 폭발에 기여했다. 그러나 강렬한 레이저빔 송구가 더 뇌리에 깊이 박힌 경기였다. 손성빈의 송구 2개가 롯데의 5할 사수를 이끌었다.
경기 후 손성빈은 "제가 선발로 나갈 때마다 팀이 져서 마음에 담아둔 게 없지 않아 있었다. 오늘 이겨서 너무 좋은 것 같다"라면서 "혼자 속으로 제가 선발 나갔는데 5할 승률 깨질까봐 걱정했다. 속상할 것 같았다"라고 했다.
이어 "도루저지율 100%는 의식하지 않는다. 솔직히 야구에 100%가 어디있나. 다 실패하면서 하는건데 매순간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라면서 "5회 실점을 했지만 2루 견제를 잡고 나서 안도했다. 점수를 계속 주고 받는 상황에서 1점 1점이 분위기 넘어갈까봐 그랬는데 견제 잡고 나서 위기에서 벗어났고 투수가 편해질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라고 웃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