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자 쉽지 않을 겁니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부임한 뒤 신민재(27)에 대해서 “대주자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는 선수단의 내부 보고를 받았다. 2015년 두산 육성선수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고 2018시즌이 끝나고 열린 2차드래프트에서 LG 유니폼을 입었다. 2019년 정식선수가 된 신민재였고 커리어 대부분은 대주자에 한정됐다. 지난해까지 195경기에 나섰지만 타석은 156타석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빠른 발을 무기로 대주자로서 확실한 강점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지난해까지 22도루를 기록했는데 실패가 13번이었다. 도루 성공율은 62.9%에 불과했다. 도루가 실질적이고 유의미한 가치와 생산력을 지니기 위한 최소한의 성공률을 75%로 삼는데 이에 한참 못미쳤다. 실패가 이어지면서 상처가 쌓였다. 대주자로서 가치를 점점 잃어갔고 지난해는 단 14경기 3타석 출장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신민재는 다시 빛나고 있다. 대주자로서 부활한 게 아니라 팀의 레귤러 멤버로 자리잡았다. 올해 63경기 타율 3할4푼1리(85타수 29안타) 5타점 24득점 21도루 OPS .751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서건창 김민성 등이 주로 맡았던 2루수 자리에서 이제는 당당하게 주전으로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빠른 발을 이제는 무기로 확실하게 활용하고 있다. 사라졌던 강점을 되찾았다. 도루 성공률이 77.8%로 대폭 상승했다. 그리고 절대적인 도루 숫자도 늘었다. 현재 21개의 베이스를 훔치며 도루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키움 김혜성이 19개로 2위다.
이어 “테스트를 통과했고 기회는 내가 주는 것이지만 결국 잡는 것은 선수 본인들이 해야 한다. 그런데 신민재는 기회를 잡았다. 기회가 많아지면서 이제 타격과 주루 모두 자신의 야구가 정립이 됐다. 성공을 하는 체험을 통해서 자신감이 쌓여가고 있다. 도루 성공률도 80% 이상은 무조건 할 수 있을 것 같다. 계속 이대로 가면 3할 타자 신민재가 되는 것이다”라면서 “그동안 민재는 실패의 비중이 더 컸지만 지금은 실패보다 성공의 생각이 더 많아졌다.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이 더 많아졌다. 생각의 차이가 민재를 바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LG의 올해 수많은 히트상품이 있지만 신민재만큼 극적인 변화와 반전은 없을 것이다. 대주자로서 실패했던 커리어는 올해 180도 바뀌어 도루왕에 도전하는 3할 타자 2루수가 됐다. 신민재의 대반전이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