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지역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2012년부터 포항구장을 제2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포항구장 성적은 33승 11패 승률 0.750으로 강세를 보였다. 그래서일까. 포항은 '약속의 땅'이라고 불렸다.
기대를 안고 포항으로 향한 삼성은 두산 3연전을 모두 내줬다. 1,2차전 모두 선취 득점에 성공했으나 계투진이 삐걱거리는 바람에 쓰라린 역전패를 당했다. 3차전에서는 두산 선발 브랜든 와델에게 꽁꽁 묶여 1점을 얻는데 그쳤다. 1-5 패.
3연패 수렁에 빠진 삼성은 9위 한화와 6.5경기 차로 벌어졌다. 어느덧 승패 마진은 -20이 됐다. 삼성 타자 가운데 김현준(타율 5할7푼1리(14타수 8안타) 1타점 2득점)을 제외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연패보다 더 아쉬운 건 연쇄 부상의 악몽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한 구자욱이 포항 3연전을 앞두고 1군에 복귀하면서 반격의 시동을 거는 듯 했다. 그러나 주장 오재일이 왼쪽 햄스트링을 다치는 바람에 전력에서 이탈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포항구장의 그라운드 상태도 엉망이었다. 4일 경기를 앞두고 굵은 비가 쏟아져 우천 취소가 유력해보였다. 그라운드 상태가 엉망이라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높았지만 김남일 포항부시장과 백인규 포항시의장의 시구 및 시타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 포항시에서 경기 강행을 요구했다는 후문. 그라운드 상태는 논두렁을 연상케 했다. 경기 중 마운드를 정비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삼성 강민호는 "포항시 측에서 이곳에 와서 경기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 프로 선수들이 경기할 수 있도록 그라운드를 제대로 관리해줘야 하는데 이런 곳에서 야구하다가 부상만 당한다. 프로야구 경기를 치를 준비도 안 해놓고 와달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했다.
강민호는 또 "고등학교 때도 이런 야구장에서 안 했다. 타석에 들어서면 진흙탕과 같았다. 발목까지 푹 들어갔다. 포항에 오는 건 좋은데 이런 건 너무 아쉽다. 부상 위험도 크고 경기력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야구장"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고등학교 때 포항구장에서 경기를 치른 적이 있는데 그때보다 그라운드 상태가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선수들의 휴식 공간도 그렇고 제대로 된 게 없다. 포항 홈경기의 장점은 단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포항구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프로 경기뿐만 아니라 아마추어와 함께 사용하는 구장이기 때문에 그라운드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선수들이 상태가 엉망인 포항구장 그라운드에서 뛰다가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손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프로야구 경기를 치르지 않는 게 맞다. 포항시(시장 이강덕)의 보여주기식 행정 혹은 윗분들의 욕심 때문에 포항 홈경기를 강행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삼성은 내달 1일부터 사흘간 KIA와 포항 3연전이 예정되어 있다. 이럴 거면 그냥 포항에서 하지 말자.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