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최다안타 2위에 빛나는 캡틴 손아섭(34, NC 다이노스)이 연패 탈출의 조연을 도맡고 팀 승리의 밑거름을 놓았다. 팀의 어수선했던 상황을 단숨에 해소하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NC는 지난 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5-4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5연패에서 탈출했고 5할 승률을 사수했다.
절실했던 승리였다. NC는 연패 뿐만 아니라 구단 안팎으로 어수선했다. 강인권 감독은 선수단 기강을 다잡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100억 몸값의 프리에이전트(FA) 베테랑 외야수 박건우를 전격적으로 말소시켰다. 박건우는 선을 넘었고 강단 있는 강인권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박건우는 올해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69경기 타율 2할8푼6리(255타수 73안타) 41타점 6도루, OPS .816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동력을 심어줄 수 있는 성적도 아니다. 아직은 젊은 선수들은 기복이 있고 주춤한 상황에서 베테랑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러나 박건우는 ‘셀프 교체 요구’로 강인권 감독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강인권 감독은 “지난주 경기를 하면서 박건우가 여기저기 불편함을 호소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고참으로서 실력 뿐만 아니라 또 갖춰야할 덕목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되면서 이야기했듯이 원팀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그 부분에서 박건우에게 아쉬움이 컸다”라며 박건우의 1군 말소 이유를 설명했다.
박건우가 2군으로 내려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 2일 KT전이다. 당시 박건우는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0-1로 지고 있는 8회 최정원과 교체됐다. 팀은 박건우가 빠진 8회 4실점 하며 0-5로 패했다. 강인권 감독은 “일요일 경기가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선수 길들이기, 기강 잡기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항상 이야기했듯 내가 갖고 있는 원칙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그런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가 교체를 해달라는 의견을 피력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선수 기용은 코칭스태프가 판단하는 것이고 마지막에 결정은 감독이 하는 것이다. 항상 컨디션이 좋다고 계속 경기를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안좋다고 해서 항상 빠지거나 벤치에 있어야하는건 아니다. 기존의 원칙이 중요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인권 감독은 지난해 정식 감독이 되고 난 이후 ‘원 팀’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선수에게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선수단 내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 분위기를 휘어잡는 강인권 감독의 리더십이었고 100억 거액 계약을 했고 올해 연봉 9억 원의 베테랑에게도 같은 잣대를 댔다. 어쩌면 박건우와 계약 당시 NC 구단 안팎으로 우려했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박건우에게 철퇴를 내린 뒤에도 고척 키움 3연전 중 첫 2경기를 내줬다. 5연패로 팀은 더 어수선해진 상황. 강인권 감독의 단호한 결단에도 분위기는 확실하게 수습되지 않았다. 승리만큼 확실한 수습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주장이자 통산 최다안타 역대 2위(2320안타)에 오른 손아섭이 자신을 희생했다.
6일 NC는 8회까지 또 패색이 짙었다. 2-4로 뒤지고 있었다. 1사 후 등장한 손아섭이 기회를 살렸다. 손아섭은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후속 최정원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박민우의 빗맞은 좌전안타로 2사 1,3루 기회가 이어졌다. 결국 권희동과 마틴의 연속 적시타로 4-4 극적으로 동점을 일궜다.
경기는 연장으로 흘렀고 8회와 똑같은 타선이 10회 만들어졌다. 선두타자 김주원은 사구로 출루했다. 그리고 손아섭은 벤치의 희생번트 작전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최다안타 순위권에 올라있는 대선수라고 하더라도 팀의 작전 지시를 군말없이 따랐다. 손아섭은 초구에 착실하게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1사 2루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고 후속 최정원이 좌선상 적시 2루타를 뽑아냈다. 상무 전역 이후 첫 안타가 적시타로 연결됐고 NC는 5-4로 승리, 5연패를 탈출했다.
경기 후 베테랑의 자세, 주장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손아섭은 “벤치에서 희생번트 사인이 나왔다. 내 플레이 하나가 팀의 승리의 발판을 마련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집중했다”라면서 작전 수행에 진심을 다했다. 이어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에 그 어떤 플레이 보다 의미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안타보다 값진 플레이였다고 스스로를 자평했다.
손아섭도 박건우와 같은 해, 4년 64억 원에 NC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손아섭은 강인권 감독의 리더십이 흔들리지 않게 자신을 희생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원해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