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에 다녀온 뒤 ‘제로맨’으로 대변신했다. 우완 투수 주현상(31)이 한화 불펜에 없어선 안 될 강력한 카드로 떠올랐다. 한화 팬들 사이에서 ‘남우주현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임팩트 있는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주현상은 지난달 16일 1군 콜업 후 9경기에서 홀드 2개를 거두며 11이닝 무실점 행진을 펼치고 있다. 이 기간 안타와 볼넷을 각각 3개씩 내줬을 뿐 삼진을 13개나 잡았다. WHIP(이닝당 출루 허용) 0.55, 피안타율 8푼6리로 투구 내용도 압도적이다.
특히 지난달 28일 대전 KT전에선 2-4로 뒤진 4회 1사 1,2루에 등판해 연속 뜬공으로 위기를 넘긴 뒤 5회까지 1⅔이닝을 탈삼진 1개 포함 퍼펙트로 막고 팀의 6-4 역전승에 발판을 마련했다. 이튿날 최원호 한화 감독은 “거기서 점수를 줬으면 쉽지 않은 경기였다. 주현상이 중요할 때 나가서 큰일 했다”고 칭찬했다. 한화가 18년 만에 8연승을 달리는 데 있어 분수령이 된 순간이었다.
청주고-동아대 출신으로 지난 2015년 내야수로 입단한 주현상은 2016년까지 1군에서 118경기를 뛰었다. 주 포지션 3루수로 수비력을 인정받았지만 통산 타율 2할1푼2리(222타수 47안타)로 타격 성적이 저조했다. 결국 군복무를 마친 뒤 2020년부터 투수로 전향했다. 2021년 투수로 1군에 올라온 뒤 2년간 주축 불펜으로 던졌다. 2년 연속 40경기, 50이닝 이상 던지며 불펜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좋지 않았다. 개막전을 1군에서 맞이했지만 두 번째 경기였던 4월2일 고척 키움전에서 9회말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개막 일주일 뒤 2군으로 내려간 주현상은 5월 중순 1군에 올라왔으나 열흘 만에 또 엔트리 제외됐다. 이때까지 1군 6경기 1패 평균자책점 7.11.
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조정을 거쳐 마무리투수로 나서며 기술과 정신 모두 다듬었다. 퓨처스리그 14경기(14⅓이닝)에 등판, 1승1패6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1.26. 탈삼진 13개를 잡으며 사사구는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20일 만에 다시 올라온 1군 기회를 이번엔 놓치지 않고 꽉 잡았다. 주현상은 “기술적으로 바뀐 건 익스텐션이다. 이전까지 공을 제 자리에서만 던졌다면 지금은 타자에 조금 더 가까이 최대한 앞에서 놓고 던지는 게 좋은 결과로 나오고 있다. 구속은 큰 차이가 없고, 익스텐션 차이만 있다”고 설명했다.
트랙맨 기준으로 지난해 최고 151km까지 던진 주현상은 6일 대전 롯데전에서 시즌 첫 150km를 뿌렸다. 이날 6회 마운드에 올라 안치홍(중견수 뜬공), 노진혁(헛스윙 삼진), 유강남(유격수 뜬공)을 공 9개로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는데 150km 강속구를 두 번이나 던졌다. 노진혁과 유강남에게 7연속 직구로 정면 승부했다.
공에 힘이 실렸을 뿐만 아니라 피칭 디자인에도 변화를 준 게 주효했다. 주현상은 “그동안 체인지업, 슬라이더 위주로 했는데 단조로운 면이 있었다. 커브도 많이 연습해 던지고 있다”며 “변화구가 안 되는 날에는 직구로 자신 있게 들어간다. 요즘 결과가 좋다 보니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5일 대전 롯데전에는 잭 렉스와 노진혁을 모두 직구로 승부해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바깥쪽에 꽉 차거나 모서리에 꽂히는 커맨드도 빛났다. 6일 경기도 노진혁을 직구 3개로 헛스윙 삼진.
시즌 평균자책점도 2.60으로 낮춘 주현상은 “투수로 전향한 뒤에는 거의 1군에 있었는데 올해는 초반부터 2군에 오래 있었다. 더운 날씨에 2군 경기를 한 것도 힘들지만 (대전) 집에 아내 혼자 떨어져 지내는 게 마음에 걸렸다”며 “2군에서 마무리로 던진 것도 좋은 경험이 됐다. 그때 마음가짐으로 지금도 계속 똑같이 던지고 있다”는 말로 2군에서 고생한 시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