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가 알던 신민재(27·LG)가 맞나 싶다. 이제 멀티히트는 기본이며, 작전수행능력에 메이저리그급 수비력까지 장착했다. 만년 대주자 요원의 화려한 변신이다.
신민재는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와의 시즌 7차전에 9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활약으로 팀의 짜릿한 8-7 역전승에 기여했다.
지난 2일 잠실 KIA전 이후 나흘 만에 선발 출전한 신민재. 3회 첫 타석에서 좌익수 뜬공으로 몸을 푼 그는 0-2로 뒤진 5회 1사 2, 3루 찬스서 기술적인 타격으로 추격의 1타점 적시타를 쳤다. 염경엽 감독은 무사 1, 2루 찬스서 8번 박해민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하며 9번 신민재를 향한 신뢰를 보였고, 신민재는 KT 윌리엄 쿠에바스를 만나 내야 전진 수비를 무력화시키는 중전 적시타로 이에 보답했다. 이후 2루 도루(21호)에 이어 문성주의 좌전안타 때 득점까지 성공했다.
4-7로 뒤진 6회에는 2사 2루서 등장해 내야안타를 치며 6월 28일 인천 SSG전 이후 8일 만에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바뀐 투수 주권을 만나 3루수 쪽으로 바운드가 큰 타구를 날렸고, 3루수 황재균이 이를 힘겹게 잡았지만 1루 송구를 포기했다. 신민재는 이번에도 문성주의 우전안타 때 홈을 밟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타석은 팀배팅이 돋보였다. 7-7로 맞선 8회 무사 1루서 1루주자 박해민이 2루 도루에 성공한 가운데 침착하게 3루수 방면으로 번트를 대며 주자의 진루를 도왔다. 이는 후속 홍창기의 1타점 결승 2루타를 뒷받침한 귀중한 희생타였다.
신민재는 수비에서도 메이저리그급 판단력을 뽐내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백미는 6회였다. 1사 2, 3루 위기서 강현우의 땅볼 타구를 잡아 1루가 아닌 3루에 송구하며 3루로 향하던 2루주자 박병호를 태그아웃 처리한 것. 신민재는 그밖에 상황에서도 안정감을 뽐내며 무실책 경기를 치렀다.
인천고를 나와 2015년 두산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성한 신민재는 2017년 11월 시행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군 전역과 함께 2019년 1군 데뷔의 꿈을 이뤘지만 지난해까지 주로 대주자, 대수비 등 교체 요원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점점 입지가 좁아지며 작년 1군 성적이 14경기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신민재는 염경엽 감독 체제 아래서도 대주자, 대수비 등 백업 요원으로 낙점 받았지만 서건창의 부진, 김민성의 멀티 포지션 소화 등으로 2루수 장갑을 자주 끼었다.
결국 자리가 사람을 만들었다. 신민재는 올 시즌 한층 안정을 찾은 내야 수비와 함께 63경기 타율 3할4푼1리 5타점 21도루 OPS .751의 커리어하이를 쓰고 있다. 도루 1위를 질주 중이며, 최근 10경기 타율 또한 4할5푼5리에 달한다.
이날 신민재의 메이저리그급 수비는 KBO리그 유격수 수비의 달인인 오지환 또한 매료시켰다. 경기 후 만난 오지환은 “신민재가 확실히 과감한 건 있다. 쭈뼛쭈뼛하거나 망설이는 모습이 없다”라며 “6회 수비에서도 미리 3루 송구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플레이가 나온 것이다. 나 또한 그 순간 선수에게 멋지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대단하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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