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해".
KIA 타이거즈에서 내야수로 견실한 활약을 펼쳤던 류지혁이 지난 5일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 이적했다. KIA는 취약 포지션으로 평가받는 안방을 강화하기 위해 김태군을 영입하느라 주전 류지혁을 보내야 했다. 류지혁은 두산에서 이적한 지 3년만에 다시 새로운 팀으로 갔다.
지난 2020년 6월7일. KIA와 두산은 맞트레이드를 발표했다. KIA는 전천후 내야수 류지혁을 얻었고 두산은 우완 홍건희를 받았다. KIA는 이범호의 은퇴와 함께 주전이 없던 3루수 보강이 필요했다. 불펜보강에 나선 두산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둘 다 웃는 윈윈이 될 것 같았다.
당장 류지혁은 슈퍼백업이 아닌 3루 주전으로 나섰다. 물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다. KIA도 분위기를 타는 듯 했다. 그러나 1주일만에 탈이 났다. 1루에서 3루로 뛰던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다. 곧바로 장기간 이탈에 들어갔고 그대로 시즌에 돌아오지 못했다. KIA는 류지혁 효과를 노렸지만 이루지 못했다.
2021시즌도 부상으로 시달렸다. 개막 주전 3루수로 나섰으나 햄스트링 통증이 재발해 전선에서 잠시 이탈했다. 복귀했으나 5월에는 내복사근 손상으로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웠다. 결국 풀타임에 실패했고 92경기 출전에 그쳤다. 정교한 타격과 안정된 수비능력을 100% 활용하지 못했다.
드디어 2022시즌은 능력발휘를 했다. 190일 1군 등록에 풀타임으로 뛰며 처음으로 규정타석에 진입했다. 김도영이 부진에 빠지자 3루 주전을 맡아 타율 2할7푼4리, 2홈런, 48타점, 55득점, 8도루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세 자릿 수 안타(111개)도 터트리는 등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2023시즌을 앞두고 변수들이 발생했다. 2년차 김도영이 데뷔시즌과 다른 기량을 보였다. 한화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변우혁도 잠재적 경쟁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김도영이 개막 2경기만에 부상으로 이탈하자 다시 주전으로 복귀했다. 4월 3할3푼3리를 기록하며 리드오프로 타선을 이끌었다. 5월부터 타격기세가 다소 꺾였으나 1루수와 2루수까지 멀티플레이어로 기여했다.
KIA 유니폼을 입으면서부터 더그아웃의 리더였다. 젊은 후배들이 유난히 잘 따른 선배였다. 성격도 시원시원하고 뒷끝도 없었다. 잘못하면 지적했지만 후배들도 잘 챙겼다. 한 번은 더그아웃에서 경기 응원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후배들을 따끔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2년 차 김도영은 "내가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다. (트레이드 소식에)눈물이 날 뻔 했다"고 말했다. 류지혁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잘 알만한 대목이다. 류지혁은 삼성이 있는 포항으로 떠나기에 앞서 선수단 미팅에서 아쉬운 작별을 했다. 일일히 악수와 포옹을 하며 "열심히 해라"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떠났다. 3년의 흔적은 동료들의 마음에 깊이 남아있다. 다시 새로운 환경에서 또 다른 리더십을 이어갈 것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