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kg 감량은 헛되지 않았다.
KIA 타이거즈 포수 한준수(24)는 6월25일 1군 콜업을 받았다. 2019년 이후 4년 만의 1군행이었다. 2018 1차지명을 받은 유망주였다. 2019년 20타수 6안타(2루타 2개)가 유일한 1군 기록이었다. 2020년은 1군에 올라오지 못했고 2021시즌 도중 현역 입대해 작년 말에 돌아왔다. 퓨처스 팀에서 꾸준히 포수로 뛰며 콜업을 기다렸다.
4년만에 1군에 올라온 한준수의 능력을 가름하기는 어려웠다. 선발포수로 계속 출전하는 신범수의 백업요원이었다. 후반에 대수비로 마스크를 잠깐 쓰는 형식이었다. 그러다 7월1일 잠실 LG전에 첫 선발마스크를 썼다. 한 타석을 소화하고 바로 대타로 교체되었다. 다음날 LG전도 대수비로 출전해 한 타석을 소화했다.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드디어 5일 SSG와 인천경기에서 다시 선발마스크를 썼다. 직전에 KIA는 삼성 포수 김태군의 트레이드 영입을 발표했다. 김종국 감독은 김태군이 이동하느라 합류가 늦어지자 한준수를 선발로 기용했다. 대신 신범수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한준수는 온전히 선발포수로 뛸 기회를 처음 얻었다. 선발 루키 윤영철과 합을 맞추며 안방살림을 시작했다. 대성공이었다. 2회 무사 만루 위기에서 윤영철과 호흡을 맞춰 1실점으로 막아냈다. 안정된 리드와 포구 등을 과시하며 윤영철의 6이닝 2실점 호투를 뒷받침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방망이도 대폭발했다. 2회 첫 타석은 박종훈의 변화구에 꼼짝 없이 당해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3회초 2사 1,3루에서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빠지는 적시타를 터트렸다. 복귀 첫 타점이었다. 1394일만의 타점이었다. 5회초에는 1타점 2루타를 날렸다.
6회 데뷔 첫 홈런포까지 가동했다. 좌완 백승건의 슬라이더를 끌어당겨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입단 6년째이자 프로 26타석만에 처음으로 맛본 손맛이었다. 5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17-3 대승을 이끌었다. 온전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한 것이었다.
한준수의 활약은 여러 희망을 낳고 있다. 일단 포수로서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LG전에서 2루 송구를 시도할 정도로 어깨는 나쁘지 않았다. 투수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듬직한 체구(184cm 95kg)도 장점이다. 타격도 정확성을 갖추었다. 2020시즌 퓨처스리그 3할4푼, 올해는 3할9리를 기록했다. 삼진율도 높지 않다. 안방의 유망주로 확실하게 도장을 찍었다.
KIA는 일단 김태군을 주전으로 활용하기 위해 데려왔다. 따라서 김태군이 제 1의 포수로 마스크를 쓰겠지만 KIA에게는 꽤 괜찮은 포수 옵션이 생긴 것만은 분명하다. 아직은 포수 수비력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출장기회를 꾸준히 부여하면서 성장을 유도한다면 제 1의 포수로 발돋음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낳았다.
현역병 복무하고 제대와 함께 야구에 대한 열정이 생겼다. 방증이 체중이었다. 지난 2월 '남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체중 25kg를 감량하고 돌아왔다. 이후 퓨처스 팀에서 성실한 훈련과 실적으로 콜업 포인트를 쌓았다. 김종국 감독도 콜업을 하면서 "입대전에는 뚱뚱하고 관리가 잘 안됐다. 제대후 성실하게 자기 관리를 잘한다"고 말했다. 입대전 한준수의 모습이 상상이 되는 말이었다.
KIA는 2009년 우승포수 김상훈 배터리 코치 이후 프랜차이즈 포수 가뭄에 시달려왔다. 항상 약체 안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매번 트레이드 등 외부영입으로 보강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24살 6년 차 유망주 포수가 모처럼 등장했다. 과연 한준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상급 포수로 성장할까? 꽤나 흥미로운 볼거리가 될 듯 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