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하이라이트 필름을 찍고 있는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을 향해 극찬이 끊이지 않는다. 감독과 동료부터 언론까지 한목소리로 김하성의 수비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김하성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 2루수로 나서 그림 같은 호수비 2개로 팀 동료들부터 펫코파크 홈 관중들까지 열광시켰다.
먼저 4회 2사 1루에서 마이크 무스타커스의 타구가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됐는데 2루수 김하성이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어 오른손 맨손으로 공을 막아 떨어뜨렸다. 이어 땅에 떨어진 공을 잽싸게 다시 주워 1루 송구를 연결, 이닝 종료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이어 8-5로 앞선 9회 2사 만루에서 테일러 워드의 투수 키를 살짝 넘어간 땅볼 타구가 스핀이 걸려 2루 앞쪽에서 역방향으로 튀었다. 무척 까다로운 타구였지만 김하성은 마치 바운드를 예측이라도 한 듯 오른팔과 다리를 쭉 뻗었다. 경쾌한 스텝으로 공을 건져낸 뒤 역동적인 러닝 스로로 1루 송구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 마지막 아웃카운트로 8-5 승리를 장식한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 후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김하성이 2루수에서 계속 엄청난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김하성이 파드리스의 MVP가 되어선 안 되지만 지금 그가 MVP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겁다’고 전했다. 그보다 몸값이 비싼 고액연봉자들이 MVP가 돼야 마땅하지만 기대에 못 미친 사이 김하성이 가성비 대박 활약을 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김하성은 5일 에인절스전에서 4타수 1안타를 치며 타율 2할5푼7리 OPS .755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14번째 도루를 하면서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팀 내 공동 1위가 됐다’며 ‘이 모든 수치는 메이저리그 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하성의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수비를 제외한 수치만으로 김하성이 팀 내 최고 공헌자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수비를 빼놓고 김하성을 설명하는 건 어리석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하성은 마치 피아니스트가 스크리아빈의 소나타 5번을 연주하듯 수비를 한다. 미쳐 날뛰며 아름답게 플레이한다’고 표현했다. 스크리아빈의 소타나 5번은 가장 기술적으로나 음악적으로 가장 어려운 작품 중 하나로 간주되는데 김하성의 수비가 이에 비유될 만큼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샌디에이고 팀 동료 유격수 잰더 보가츠는 “김하성이 커버하는 수비 범위가 넓다. 2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오는 타구를 김하성이 먼저 처리하는 모습을 몇 번 봤다. 그는 자신이 매우 수비를 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얼마 전에는 내 쪽으로 팝플라이가 떴는데 그가 잡겠다며 소리를 치기도 했다. 그래서 ‘네가 골드글러브 가져가라.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며 웃으면서 “김하성이 있어 내가 편해졌다. 그가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이다”고 치켜세웠다.
김하성은 수비로 막아낸 실점을 뜻하는 디펜시브 런 세이브(DRS)가 +17로 리그 내야수 중 전체 1위다. 2루수로 +11, 유격수로 +4, 3루수로 +2를 기록, 내야 전천후 수비수로서 위용을 뽐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