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는 포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제주도에서 태어난 강민호는 포철중과 포철공고에서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에겐 포항이 또 하나의 고향인 셈이다. 지난 2017년 12월 포항 지진 돕기 성금 1억 원을 쾌척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하지만 강민호는 포항 홈경기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그라운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상 위험이 높기 때문. 4일 경기를 앞두고 굵은 비가 쏟아져 우천 취소가 유력해보였다. 그라운드 상태가 엉망이라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높았지만 김남일 포항부시장과 백인규 포항시의장의 시구 및 시타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 포항시에서 경기 강행을 요구했다는 후문. 그라운드 상태는 논두렁을 연상케 했다. 경기 중 마운드를 정비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5일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기자와 만난 강민호는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포항시 측에서 이곳에 와서 경기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 프로 선수들이 경기할 수 있도록 그라운드를 제대로 관리해줘야 하는데 이런 곳에서 야구하다가 부상만 당한다. 프로야구 경기를 치를 준비도 안 해놓고 와달라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했다.
강민호는 이어 “고등학교 때도 이런 야구장에서 안 했다. 타석에 들어서면 진흙탕과 같았다. 발목까지 푹 들어갔다. 포항에 오는 건 좋은데 이런 건 너무 아쉽다. 부상 위험도 크고 경기력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야구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단 강민호만의 생각은 아니다. 삼성은 지역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2012년부터 포항구장을 제2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다는 목소리가 크다. 삼성도 최신식 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두고 포항에서 홈경기를 치르면 관중 수입 감소 및 각종 비용 발생 등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선수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과거 대구시민야구장보다 좋긴 하지만 휴게 공간도 열악하다. 오죽하면 ‘원정 경기 같은 홈경기’라고 표현할 정도다.
두산은 포항지역에 숙소가 마땅치 않아 1시간 거리에 있는 대구 모 호텔을 사용한다. 대구 원정 경기보다 비용도 더 들고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홈팀보다 쉴 공간도 더 부족해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포항 홈경기 대신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는 포항시민들에게 일부 좌석에 한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게 훨씬 더 나을지도 모른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