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은 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1번 2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1안타 1사구 1도루의 성적을 기록했다. 팀은 8-5로 진땀승을 거뒀다.
이틀 연속 홈런을 때려낸 잰더 보가츠, 선제 2타점 2루타와 홈런 포함해 장타 3개를 때려내면서 에인절스 선발 오타니 쇼헤이 공략에 앞장섰던 제이크 크로넨워스,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11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를 펼친 조 머스그로브 등 곳곳에 수훈선수들이 포진해 있었다.
그러나 경기 중반과 마지막을 묘기 수비로 책임졌던 김하성의 공헌도 빼놓을 수 없었다. 4회초 수비에서 2사 1루에서 마이크 무스타커스의 타구를 걷어내 이닝을 종료시켰다. 타구 자체가 빠르진 않았지만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되면서 타구가 복잡해졌다. 김하성이 1-2루간으로 달려갔지만 타구는 역방향으로 굴절됐다. 이때 김하성은 글러브를 낀 왼손이 아닌 맨손이었던 오른손으로 타구를 막았고 이를 침착하게 다시 잡아서 1루에 아웃시켰다. 크로넨워스도 선발 머스그로브도 먼저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8-1로 앞서던 9회, 김하성은 다시 한 번 날뛰었다. 호세 카스티요가 4피안타 2볼넷으로 난조를 보였고 8-3까지 쫓겼다. 결국 1사 만루 상황에서 마무리 조쉬 헤이더까지 올라왔고 헤이더도 볼넷 2개로 추가로 2실점 했다.
8-5가 됐고 분위기가 묘해졌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서 테일러 워드의 타구가 빗맞아서 투수 헤이더를 살짝 넘겼다. 야수들이 처리하게 어려웠던 타구. 그런데 김하성이 쏜살같이 달려왔고 타구를 잽싸게 잡아내 러닝스로우로 아웃시켰다. 바운드도 김하성의 반대방향으로 튀면서 잡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이를 끝내 아웃시켰다. 챌린지에서도 명확한 아웃이 됐다.
가슴을 쓸어내린 헤이더는 김하성이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샌디에이고 구단 공식 SNS는 김하성을 사랑스러우면서 감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미소짓는 헤이더의 사진이 게재됐다. 사실 헤이더를 바라보는 눈빛은 샌디에이고 팬들과 같았다. 샌디에이고 공식 SNS는 ‘조쉬(헤이더)가 보는 것처럼 우리 모두 김하성을 바라봅니다’라고 적었다.
경기 후 밥 멜빈 감독도 김하성이 펼친 두 차례의 ‘묘기 수비’를 언급하며 “나는 그가 최고의 수비수라고 생각한다. 그의 많은 기록들이 이를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경기를 끝내는 엄청난 수비였고 그렇게 수비를 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 11년 2억8000만 달러의 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합류한 잰더 보가츠도 김하성을 인정한다. 김하성을 2루수로 밀어내며 유격수 자리를 꿰찼지만 김하성의 플레이에 대한 현지 취재진에 대한 질문에 미소를 지었다.
샌디에이고를 전담 취재하는 마티 카스웰이 유튜브에 올린 인터뷰 영상에서 보가츠는 “김하성은 올해 최고의 수비수로 인정을 받고 있다. 2루와 유격수 중간으로 타구가 가면 김하성이 먼저 가서 처리하는 모습을 본다. 한 번은 평범한 뜬공이 나에게 떴는데 멀리서 김하성이 소리를 치기도 한다. 모든 공을 잡기를 원한다. 덕분에 내가 좀 더 편하게 수비한다”라고 웃으면서 “올해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수비를 잘한다고 인정을 받고 있고 골드글러브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의 ‘하.성,킴’을 외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김하성은 OAA(outs above average,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 11로 내셔널리그 전체 수비수 중 1위를 차지하며 리그 최강의 수비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 김하성의 팀 내 위상, 팬들에게서의 인식 모두 슈퍼스타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