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지난주 무려 18년 만에 8연승을 질주한 데에는 적절한 운도 따랐다. 필요할 때마다 비가 내리면서 어려운 매치업을 피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4연승 중이었던 지난달 25일 창원 NC전이 시작이었다. 이날 경기는 1회 우천 노게임 처리됐다. 당시 5선발 한승주가 나온 날이었는데 상대 선발은 KBO리그 최고 외국인 투수인 에릭 페디였다. 선발 매치업상 쉽지 않은 경기였는데 비로 한숨 돌렸다.
이어 6연승을 달리던 지난달 29일 대전 KT전도 우천 취소됐다. 이날 선발은 한화 리카르도 산체스, KT 윌리엄 쿠에바스로 유불리를 따질 만한 매치업은 아니었다. 다만 앞서 이틀 연속 연투하며 30구 이상 넘긴 필승조 강재민과 마무리 박상원이 휴식을 받아 불펜 총동원을 하기 어려운 날이었다.
지친 불펜을 재충전하며 하루 쉬어간 한화는 지난 1일 대구 삼성전까지 파죽의 8연승을 이어갔다. 지난 2005년 6월 이후 18년 만의 8연승. 2일 삼성전 1-2 패배로 연승이 끊겼는데 긴 연승 이후 찾아올 후유증이 우려되는 시점에 또 비가 왔다. 연승 과정에서 쌓인 피로감이 연패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어 4일 대전 롯데전이 한화로선 꽤 부담스러웠는데 전국적인 장맛비로 일찌감치 우천 취소 결정이 났다.
이날 선발 매치업도 한화 한승혁, 롯데 나균안으로 롯데 쪽에 다소 무게가 기울었다. 주초 첫 경기부터 불펜 소모도 각오해야 할 경기였는데 비로 잘 넘어갔다. 5일 경기는 롯데 나균안이 그대로 선발 예고된 가운데 한화에선 한승혁 대신 한승주로 바뀌었다. 한승주가 예정된 날짜에 맞춰 선발등판하고, 한승혁은 상황에 따라 5일 경기 불펜 대기 후 9일 대전 SSG전 선발로 넘어간다.
최원호 한화 감독도 “하늘의 뜻을 거스르지 말라고 하지 않나. 과거에 보면 하늘의 뜻을 거스르다 역효과 나는 것을 많이 봤다. 경기를 하기 어려운 상태에 억지로 하다 안 되는 것도, 할 수 있는데 못하게 만든 것도 봤다”며 웃은 뒤 “그런 것은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면 하고, 못하는 것은 안 하면 된다. 그게 제일 좋다”며 억지로 할 게 아니라 순리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8연승 과정에서도 한화는 큰 무리수 없이 순리대로 운영하면서 좋은 결과를 냈다. 지난달 16~18일 대전 키움전에서 1무2패로 고전한 뒤 20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가진 선수단 미팅에서도 최 감독은 이런 메시지를 직접 전했다.
최 감독은 “선수들이 되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지 않으니 ‘열심히 해도 안 되나’ 이런 분위기가 될 것 같아 미팅을 했다. 승패는 우리가 억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과에만 너무 신경 쓰면 역효과가 나니 각자 주어진 역할과 과정에 충실하자는 말을 했다”고 떠올렸다. 미팅 효과가 통했는지 그 이후 한화는 10경기에서 8승2패로 분위기 대반전에 성공했다.
최 감독은 “운영을 하는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다. 결과에 너무 집착하면 악수를 두게 된다. 순리대로 하려 한다. 상황에 따라서 강하게 밀어붙일지 아니면 한 발 물러날지, 번트를 대야 하는 상황과 강공을 해야 하는 상황 등 포인트를 잘 잡아내는 것이 스태프의 일이다. 이런 걸 냉정하게 잘 판단해 운영하면 투타 밸런스를 자연스럽게 맞춰나갈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