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에서 방출된 뒤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반등한 외야수 애런 힉스(34)가 상대팀 선수로 양키스타디움을 방문했다. 양키스 선수일 때도 매일 같이 받았던 야유가 새삼스럽지 않았다.
힉스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모처럼 양키스타디움에서 뛰었다. 양키스 소속이었던 지난 5월10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 이후 55일 만에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고 상대팀 선수로 모습을 드러냈다.
양키스 구단은 8시즌을 뛴 힉스를 위해 2회 이닝 교대 때 전광판을 통해 그의 양키스 시절 활약이 담긴 영상도 띄웠다. 그러나 양키스 홈 관중들을 야유를 보내면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 전 소개 때부터 힉스가 타석에 나올 때마다 야유가 끊이지 않았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힉스는 경기 전 “양키스 팬들은 원정 선수들에게 꽤 거칠다. 별로 걱정하진 않는다. 그냥 나의 하루를 보내며 팀 승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힉스는 7번타자 좌익수로 나와 4타수 1안타를 쳤다. 경기는 양키스의 6-3 승리.
경기 후 힉스는 양키스 팬들의 야유에 대해 “예상했던 일이다. 이 팀에서 8년을 보냈다. 좋은 순간들도 많았다. 올해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이렇게 다시 돌아와 야유를 받았다. 이런 환경에서 많은 경기를 해봤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2013년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데뷔한 힉스는 2016년부터 양키스에서 뛰었다. 2017년 주전으로 도약한 뒤 2018년 개인 최다 27홈런과 함께 OPS .833으로 활약했다. 거포 중견수로 활약하면서 2019년 2월 양키스와 7년 70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계약 첫 해부터 이후 허리, 팔꿈치 부상으로 59경기 출장에 그쳤고, 2021년에도 5월 중순 왼쪽 발목 수술을 받으며 32경기 만에 시즌이 끝났다. 부상이 없었던 지난해에는 130경기 타율 2할1푼6리(383타수 83안타) 8홈런 OPS .642로 부진했다. ‘먹튀’로 전락한 힉스를 향해 양키스 팬들의 분노가 매 경기 야유로 이어졌다.
올해도 주전 자리를 빼앗긴 채 시작했고, 28경기 타율 1할8푼8리(76타수 13안타) 1홈런 6타점 OPS .624로 고전을 거듭했다. 팬들의 야유 강도는 더욱 세졌다. 결국 양키스는 지난 5월21일 힉스를 양도 지명(DFA) 처리했고, 웨이버 기간에도 원하는 팀이 나오지 않자 완전 방출했다.
올해 연봉 1050만 달러 중 잔여 762만968달러에 2024~2025년 연봉 950만 달러, 2026년 구단 옵션을 실행하지 않을 경우 지불하는 바이아웃 100만 달러를 더해 약 2760만 달러(약 360억원)를 다 주고 힉스와의 관계를 끝냈다. 그러자 양키스와 같은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볼티모어가 남은 시즌 최소 연봉을 주는 조건으로 힉스를 데려갔다.
볼티모어 이적 후 힉스는 27경기 타율 2할6푼2리(84타수 22안타) 4홈런 12타점 OPS .838로 거짓말처럼 반등했다. 볼티모어는 사타구니 부상으로 이탈한 주전 중견수 크리스 멀린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힉스를 영입했는데 그가 돌아온 뒤에도 코너 외야수와 지명타자로 힉스를 계속 쓰고 있다.
힉스는 “빠져나올 수 없는 고난의 길을 겪었지만 볼티모어에서 많은 기회를 얻고 있고, 그 기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든 하이드 볼티모어 감독은 “힉스가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뛰길 바랐는데 그렇게 잘해주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