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였던 해결사가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홈런왕 출신 김재환(두산)이 4일 포항 삼성전에서 연장 혈투의 마침표를 찍는 영양가 만점의 한 방을 날렸다.
3-3으로 맞선 두산의 연장 10회초 공격. 선두 타자로 나선 허경민은 삼성 오승환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타석에는 김재환. 앞선 다섯 차례 타석에서 4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던 김재환은 오승환과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슬라이더(135km)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 밖으로 날려 버렸다. 지난달 15일 NC전 이후 20일 만의 홈런. 두산은 삼성을 5-3으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김재환은 경기 후 “안 좋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해줬고 팬들께서 멀리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어려운 경기인데 이겨서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맞추는 스윙을 하다 보니 공을 쫓아다니는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자신 있는 스윙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보다 과감하게 휘둘렀는데 운이 좋았다”고 자신을 낮췄다.
악천후 속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장식하는데 큰 공을 세운 김재환은 팬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팬들이 계시기 때문에 저희가 야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선수들의 의무다.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김재환의 말이다.
최근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그는 “개인적으로 변화를 주려고 했던 게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가운데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은 크고 생각이 많아졌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생각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기에 결정적인 한방의 의미는 남달랐다. 김재환은 “올 시즌 가장 마음에 드는 홈런”이라고 표현했다. 두산은 삼성을 꺾고 5할 승률에 복귀했다. 김재환은 “(5할 승률은) 최소한의 목표인 것 같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선수들 모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승엽 감독은 “6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계투진이 큰 역할을 했다. 또 교체로 투입돼 동점 적시타 포함 공수에서 맹활약한 베테랑 김재호도 칭찬한다. 팽팽한 균형을 깬 김재환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궂은 날씨에도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누구 하나 꼽을 수 없이 모든 선수들이 투혼을 보여줬기 때문에 만든 결과다. 선수단 모두 고생 많았다”고 덧붙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