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가 4일 포항 두산전을 앞두고 1군 무대에 복귀한 구자욱(삼성 외야수)은 “팀 성적이 안 좋은데 제게 많은 책임이 있는 거 같다. 너무 미안하기도 하다”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구자욱은 현재 몸 상태에 대해 “항상 시즌을 100% 컨디션으로 치를 수 없다. 80% 이상이라고 본다. 청백전도 하고 별 무리가 없어서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던 거 같다”고 대답했다.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의 몸 상태가 생각보다 괜찮다고 해서 (1군에) 불렀다. 구자욱이 (라인업에) 있고 없고 차이가 크다. 상대가 느끼는 압박감도 다르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당분간 중요한 상황에 대타로 활용할 계획이다. 포항구장 그라운드는 인조잔디라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던 구자욱에겐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자욱은 “눈이 중요하니 공을 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퓨처스에서 빠른 공을 보려고 피칭 머신의 빠른 공을 많이 봤다. 실전 공백이 있다 보니 최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정교한 타격을 하려고 한다. 팀이 중요한 상황일 때 나갈 거 같은데 그에 맞춰 빠른 공을 대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햄스트링 부상 이후 베이스 러닝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그는 “부담은 되지만 주루는 스피드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빈틈이 보일 때만 빠르게 뛰면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구자욱이 전력에서 이탈한 뒤 삼성은 하향 곡선을 그리며 순위표 맨 아래까지 내려앉았다. 복귀 후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클 듯. “부담은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책임도 있어야 한다고 본다. 빠져 있는 만큼 더 많은 안타를 때려내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구자욱의 말이다.
TV 중계를 통해 동료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구자욱은 “동료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면서 많이 속상했고 같이 힘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보는 내내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팀이 안 풀리니 감독님께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구자욱의 복귀는 그야말로 천군만마와 같다. 삼성은 구자욱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최하위에 머물러 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게 선수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어떻게 해서든 많은 경기를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팀 동료 호세 피렐라, 롯데 김민석과 함께 나눔 올스타 외야수로 이름을 올린 구자욱은 “많은 팬들께서 뽑아주셔서 영광이지만 부상으로 빠지지 않았을 때 기분 좋게 나갔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지금은 올스타전보다 전반기 9경기를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 연패를 한 만큼 연승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선수단에서 중간 위치에 있는 구자욱은 “제가 내려가 있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어린 선수들과 형들 사이에 제가 있으니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후배들이 잘해주는데 미안하다. 성적은 안 나고 욕은 욕대로 먹고 그래서 미안하다. 후배도 잘 이끌고 선배도 잘 보필해 맡아야 하는 역할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걸 퓨처스 감독은 구자욱이 퓨처스팀의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구자욱이 훈련할 때 열심히 하고 퓨처스 후배들을 잘 챙기고 하나라도 도와주려고 하는 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에 구자욱은 “제가 국민타자급은 아니지만 퓨처스팀 후배들보다 경험이 있고 보는 눈은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해 제가 안 좋았을 때 했던 걸 하는 후배들에게 이런 부분도 있으니 생각해보자고 가벼운 조언을 건넸다. 선수들이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후배들과 재미있게 훈련하면서 그 속에서 저에 대한 확신을 찾고 있다. 가르쳤다고 하기보다는 의논을 했다”고 자신을 낮췄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