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고?".
2021시즌 두산 베어스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도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6월21일 두산은 32승31패, 6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그런데 김태형 감독은 잘치던 박건우(당시 31살)를 돌연 2군으로 내려보냈다.
박건우는 할3푼3리, 2홈런, 32타점, 33득점, 6도루, OPS 0.835를 기록중이었다. 타선에서 절대 뺄 수 없는 타자였다. 어디 아픈 것도 아니었는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김 감독의 입을 통해 이유가 드러났다. "박건우가 피곤해하고 쉬고 싶어해서 2군에 가서 푹 쉬고 오라고 했다”며 “야구는 팀 스포츠이기에 한 선수로 분위기가 잘못된다면 결단을 내려야한다. 그게 감독의 역할이고, 지금 그 결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의 멘트에 무게가 더 실렸다. “주전들은 자신이 경기에 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말하면 안 된다. 주전이 피곤하다고 하면 경기에 못 나가는 백업들은 그 말이 와닿겠냐”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감독이 특정선수를 대놓고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박건우가 피곤해서 경기에 나가고 싶지 않다거나 경기 도중 빼달라는 말을 했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즉, 팀을 위해 주전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감독으로 벌칙을 내린 것이었다.
그로부터 2년후 NC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박건우는 6년 100억 원을 받고 2022년부터 NC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강인권 감독은 3일 박건우를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69경기 타율 2할8푼6리(255타수 73안타) 7홈런 41타점 OPS .816의 듬직한 활약을 하고 있었다. 2021년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부상이 없음에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더욱이 팀은 10경기에서 2승8패의 부진에 빠졌다.
역시 주전 박건우를 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강인권 감독은 4일 키움과이 고척경기에 앞서 “다들 궁금하겠지만 너무 크게 확대 해석을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주 경기를 하면서 박건우가 여기저기 불편함을 호소한 것은 사실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다만 고참으로서 실력 뿐만 아니라 또 갖춰야할 덕목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되면서 이야기했듯이 원팀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그 부분에서 박건우에게 아쉬움이 컸다”라고 말했다.
2021 김태형 감독과 거의 비슷한 말이었다. 33살이 된 박건우가 왜 엔트리에서 빠졌는지도 얼핏 짐작할 수 있을 듯 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