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투는 안 된다고 했건만 슬라이더가 한가운데로 몰렸고, 예상대로 이는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의 먹잇감이 됐다.
오타니는 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활약으로 팀의 4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1회와 3회 삼진, 6회 좌익수 뜬공에 그친 오타니는 마지막 타석에서 큼지막한 아치를 그렸다. 4-2로 앞선 8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달아나는 쐐기 솔로홈런을 때려낸 것. 1B-2S의 불리한 카운트였지만 애리조나 투수 카일 넬슨의 가운데로 몰린 4구째 슬라이더를 제대로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1일 애리조나전 이후 2경기 만에 나온 시즌 31번째 홈런이었다.
괴력의 오타니답게 어마어마한 타구 속도와 비거리를 자랑했다. 타구 속도가 115.4마일(185km), 비거리는 454피트(138m)였다. 넬슨의 실투성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우측 외야 관중석 출입구 안으로 타구를 꽂았다. 아메리칸리그 압도적 홈런 1위 오타니는 이 홈런으로 2위 루이스 로버트(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격차를 7개로 벌렸다.
오타니의 홈런을 본 적장의 심정은 어땠을까. 애리조나의 1위 돌풍을 이끌고 있는 토레이 로불로 감독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크게 놀라진 않았다. 넬슨의 투구는 완전한 실투였다. 오타니는 엘리트 타자라 실투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라며 “오타니는 올 시즌 계속해서 많은 홈런을 때려낼 것이다. 오타니가 좋은 선수인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라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넬슨과 달리 애리조나 선발투수 잭 갤런은 오타니를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봉쇄했다. 로불로 감독은 “오타니는 믿기 힘든 대단한 타자이기 때문에 같은 코스로 계속 던지는 건 금물이다. 갤런은 능숙하게 코스를 바꾸고 구종을 섞었다”라고 칭찬했다. 10승 3패의 갤런은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 스펜서 스트라이더(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함께 내셔널리그 다승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로불로 감독은 현역 시절이었던 2000년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내야수로 뛴 아시아 야구 경력자다. 당시 오타니 같은 선수가 나올 걸 상상했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며 “나 또한 현역 시절 믿을 수 없는 선수들과 맞붙었다. 마쓰이 히데키, 다카하시 요시노부도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였다.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나는 지금 오타니를 보고 있는 게 즐겁다. 그는 특별한 선수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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