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현준은 지난해 타율 2할7푼5리(363타수 100안타) 22타점 57득점 6도루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완성했다.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 시즌 한층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인생사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김현준은 개막을 앞두고 오른손 유구골 골절로 전력에서 이탈해 뒤늦게 1군에 합류했다. 그래서일까. 지난 2일 대구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현준은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건데 어차피 지난 일은 후회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준은 1일 한화를 상대로 4안타 경기를 완성했지만 "팀이 졌으니까 (4안타 달성은) 중요하지 않다"고 담담한 표정을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주전 중견수로 활약 중인 그는 "저도 막내급인데 경기에 뛰는 후배들이 (열심히 하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아) 기죽어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김현준은 미소년 같은 외모와 달리 승부 근성이 넘친다. 반전 매력 덕분에 여성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다. 대구 홈경기뿐만 아니라 삼성 원정 경기에서도 김현준의 유니폼을 입은 여성 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팀내 유니폼 판매순위 최상위권에 속하는 김현준은 "팬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고 이겨야 하는데 이기면 (제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더 많아질 텐데 죄송하다"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안 다치지고 항상 잘하고 싶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으니 팀이 더 올라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준은 2일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9회 두 차례 호수비로 1점 차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선두 타자 채은성의 큼지막한 타구를 펜스에 부딪치며 점프 캐치에 성공했다. 박진만 감독은 김현준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채은성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문현빈의 안타성 타구를 전력 질주해 다이빙을 하며 포구했다. 김태형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김현준의 슈퍼캐치를 지켜보며 "안타라고 봤는데 (김현준이) 공을 끝까지 보면서 너무 잘 잡았다"고 찬사를 보냈다. 마운드에 선 오승환도 김현준에게 엄지척을 보냈다.
삼성은 한화를 2-1로 꺾고 지난달 27일 사직 롯데전 이후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달성하고도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던 선발 원태인은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4승 사냥에 성공했고 오승환은 1이닝 무실점으로 KBO리그 최초 개인 통산 38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김현준의 두 차례 슈퍼캐치가 없었다면 삼성의 4연패 탈출은 물론 원태인의 4승 및 오승환의 380세이브 달성도 불가능했을 터.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야수들도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수비에서 파인 플레이를 보여줬고 특히 9회 김현준 선수의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로 승리의 추를 확실히 가져올 수 있었다"고 했다. 원태인도 "(김)현준이가 좋은 수비를 보여줘 1점을 지킬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현준의 두 차례 슈퍼캐치는 결승타만큼 값졌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