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에서 가을야구 위해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현재 성적이 더 중요한 상황인데, 롯데는 그래도 윈나우를 펼치는 와중에 미래의 희망가도 동시에 불렀다.
2019년, 롯데는 48승93패 3무, 승률 .340으로 당시 10개 구단 체제 최저 승률의 굴욕을 당했다(최저 승률 기록은 이듬해 한화가 46승95패3무 승률 .326로 다시 기록했다). 꼴찌의 굴욕을 머금어야 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2020년에 열린 2021 신인드래프트에서 전국 단위 1차지명과 2차지명 전체 1순위 지명권을 동시에 얻었다.
롯데는 전국 단위 1차지명에서 장안고 포수 손성빈, 2차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강릉고 전국제패의 주역 좌완 김진욱을 한꺼번에 지명하며 미래를 대비했다. 2002년생 듀오는 롯데의 마운드와 홈플레이트를 지킬 차세대 주역으로 평가를 받았고 1군에서 공을 던지고 공을 받으며 함께 팀을 이끌어 갈 그 날을 기다렸다.
특급 유망주 재목을 알리듯 이들은 2021년 데뷔시즌에 나란히 1군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1군 그라운드에 함께 나선 적은 없었다. 김진욱이 강속구를 뿌리고 이를 손성빈이 받는 그림은 연출되지 않았다. 1군 실전 경기에서 손성빈은 아직 김진욱과 배터리 호흡을 맞춰보지 못했다.
또한 이듬해부터 행보가 엇갈렸다. 김진욱은 고전하긴 했지만 그래도 프로에 남아서 커리어를 계속 이어갔고 손성빈은 2022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면서 병역 의무를 다했다.
2023년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김진욱은 4월 평균자책점 제로의 행진을 펼치다가 최근 퍼포먼스는 부진하다. 그래도 데뷔 이후 제일 빼어난 피칭을 펼치고 있다. 불펜 필승조에 가까운 역할을 하면서 33경기 2승1패 7홀드 평균자책점 3.76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제구가 잡히면서 이제는 계산 서는 불펜의 일원이 됐다.
손성빈은 줄어든 군 복무 기간 덕분에 2022년 입대해서 2023년 시즌 도중인 6월, 롯데로 복귀했다. 지난 6월 초 전역해서 곧바로 1군 콜업됐다. 한정된 기회 속에서도 손성빈은 강력한 어깨로 상대의 도루 시도 3번을 모두 저지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지난 2일 울산 두산전에서 손성빈은 선발 출장해 3회 이유찬의 2루 도루를 저지하며 강견을 뽐냈다.
전역 이후 손성빈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1군에 남아서 야구 잘하는 게 목표”라면서 “(박)세웅이 형 공을 한 번 받아보고 싶다. 20살 때도 못 받아봤다. 겹치는 게 없었다. 그리고 컨트롤 잡힌 (김)진욱이 공을 한 번 받아보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손성빈과 김진욱이 호흡을 맞추는 장면은 2일 경기에서 비로소 연출됐다. 2-2로 맞선 7회초부터 마운드에는 김진욱이 있었고 포수 마스크는 손성빈이 쓰고 있었다. 1이닝 호흡을 맞췄고 직구와 커브 사인만 내면서 두산의 상위타선인 정수빈을 우익수 뜬공, 허경민을 2루수 땅볼, 김재환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첫 호흡에서 삼자범퇴 이닝을 합작했다.
이날 롯데는 2-4로 패하면서 울산 두산 3연전 1승2패의 루징시리즈와 마주했다. 시즌 36승35패로 4위 자리도 위태롭고 치열한 중위권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 혼란스럽고 악전고투 중인 현실 속에서 롯데는 미래의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장면을 포착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