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투수 함덕주(28)가 지난 2년간 부상으로 던지지 못했던 아쉬움을 올해 마음껏 털어내고 있다.
함덕주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하고 있다. 리그 불펜 투수들 중에서 이닝은 3번째로 많다. 20경기 이상 출장한 불펜 투수들 중에서 평균자책점은 가장 낮다.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해서 가장 뛰어난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LG의 경기. LG는 3회 김현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고, 5회 상대 포수 패스트볼로 한 점을 보탰다. 그리고 6회 박동원의 솔로 홈런으로 3-0으로 달아났다.
3-1로 쫓긴 7회 1사 2루에서 LG는 투수를 함덕주로 교체했다. 함덕주는 첫 타자 박찬호에게 유격수 옆 내야 안타를 허용해 1,3루 위기에 몰렸다. 오지환이 2루 베이스 뒤로 빠지는 안타성 타구를 가까스로 잡아냈고, 한바퀴 회전하며 1루로 송구했지만 1루 베이스 옆으로 치우쳤다. 내야 안타로 막아내 2루 주자의 홈 득점은 막아냈다.
1사 1,3루 위기에서 함덕주의 피칭이 하이라이트였다. 좌타자 최원준을 3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스트라이크에서 공을 빼기 위해 포수가 바깥쪽으로 빠져 앉았는데, 직구가 그대로 존 안으로 들어갔다. 최원준은 예상하지 못한 듯이 꼼짝없이 당했다. 이어 우타자 김도영은 1볼 1스트라이크에서 주무기 체인지업 2개를 연속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KK'로 실점없이 막아냈다.
함덕주는 8회도 등판했다. 필승조 박명근이 팔꿈치가 약간 묵직해서 이틀 연속 휴식. 함덕주가 KIA 중심타선 상대로 멀티 이닝에 나섰다. 나성범과 최형우를 연거푸 1루수 땅볼로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2사 후 소크라테스에게 우선상 2루타를 맞았으나, 황대인을 우익수 뜬공으로 실점없이 막아냈다. 9회 마무리 고우석에게 공을 넘겼고, LG는 3-1로 승리했다.
함덕주는 좌완이지만 지난해까지 주무기 체인지업으로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더 낮고, 좌타자 보다 우타자를 더 잘 막았다. 올해는 슬라이더를 더 익혀 좌타자 상대로 활용하고 있다. 나성범과 최형우를 모두 슬라이더로 땅볼 유도했다.
경기 후 염경엽 감독은 "함덕주가 7회 쫒기는 상황의 위기를 잘 막아주며 좋은 흐름으로 바꿔주면서 승리할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함덕주는 2021시즌을 앞두고 두산에서 트레이드로 LG로 이적했다. 두산에서 선발과 불펜 모두 경험이 있는 함덕주는 2021시즌 초반에는 선발 투수로 기용됐다. 당시 LG 선발진에서 두 자리나 부상자가 나오면서 긴급 처방이었다.
4월 선발로 3차례 등판했는데, 투구 수 등 몸 상태가 선발로 던지지 충분한 상태가 아니었다. 다시 불펜 보직으로 바꿔 출장했는데, 5월초 팔꿈치 부상이 찾아왔다. 팔꿈치 뼛조각이 돌아다녀 수술과 재활을 놓고 고민하다 재활을 선택했다. 9월초에 복귀했고 시즌을 마치고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는 5월초까지 불펜 투수로 뛰다가 2군으로 내려가 선발에 다시 도전했다. 하지만 선발로 준비하다가 5월 중순 부상을 당해 시즌 끝까지 1군에 복귀하지 못했다. 2년 연속 부상으로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2021년에는 16경기 21이닝, 2022년에는 13경기 12.2이닝을 던졌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건강한 몸으로 참가한 함덕주는 스프링캠프까지 좋은 컨디션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함덕주는 "안 아픈 것이 제일 중요하다. 2년 동안 아파 보니까 그게 얼마나 행복한지 느꼈다"며 "1군에서 많이 던지고 싶다"고 했다.
함덕주는 2일까지 39경기에 출장했다. 팀 동료 정우영과 리그 최다 출장 1위다. 이닝은 39이닝을 던졌다. KIA 임기영(30경기 48이닝), KT 박정현(36경기 41이닝)에 이어 3번째로 많이 던졌다. 그런데 평균자책점은 1.15로 거의 언터처블이다. 20경기 이상 등판한 투수들 중에서 가장 낮다. KT 김재윤(ERA 1.17), SSG 서진용(ERA 1.31), KIA 이준영(ERA 1.31)이 함덕주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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