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도 못 사는 값진 경험을 하는 건데..."
롯데 자이언츠 불펜은 현재, 당초 예상했던 필승조 라인업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2021년 20홀드를 거뒀던 최준용(22)이 등 부위의 미세 염증으로 한 달 반 가까이 이탈해 있다. 지난 5월 1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최준용이 돌아와서 전력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 그래도 복귀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준용은 현재 1군 선수단과 동행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래리 서튼 감독과 김현욱 투수코치 앞에서 60개가 넘는 불펜 피칭을 펼쳤다.
서튼 감독은 "직구도 굉장히 날카로워졌고 원래 자신이 갖고 있던 구위를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 슬라이더도 날카롭게 떨어졌다"라면서 "구속을 측정하지는 않았다. 힘을 빼고 던지는 것처럼 보였는데도 구위가 확실히 좋아보였다. 직구가 힘이 있어 보였고 슬라이더 각도 예전의 최준용처럼 예리했다"라고 흡족해 했다. 현재 페이스대로면 다음 주중 한화 3연전부터 합류해 불펜진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높다.
치열한 순위 싸움의 과정 속에서 매 경기가 중요한 시점, 최준용의 날카로운 돌직구가 필요한 롯데다. 개막 엔트리에도 합류하지 못해 1군에서의 시작이 늦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부상으로 이탈했다. 일단 최준용은 현재 "몸상태는 140%"라면서 복귀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데뷔해서 세심한 관리를 받아왔고 2021년 어깨 부상이 있었지만 후반기에 맹렬한 페이스로 신인왕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어쩌면 올해 최준용은 입단 4년 차에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통산 97홀드로 롯데 구단 최다 홀드 기록 보유자이자 최근 3년 연속 20홀드, 올해까지 롯데 프랜차이즈 최초 4년 연속 10홀드를 기록한 구승민(33)은 최준용이 믿고 의지하는 동료이자 형이다. 최준용도 힘들 때 조언을 구하고 구승민도 기꺼이 조언을 해준다.
구승민도 지난 2018년 64경기 7승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67로 팀 불펜을 떠받들고 기대주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부침을 거듭했고 결국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41경기 1승4패 2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은 6.25의 기록이었다.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준용에게 조언을 해준다. 구승민은 "(최)준용이가 3시즌을 보냈고 지난해 고생을 하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고비가 없이 잘 해온 편이다"라면서 "그런데 이렇게 한 번 쉬면서 생각 정리도 할 수 있다. 나도 2019년에 그랬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설명했다.
이어 "이 시기를 준용이가 어떻게 슬기롭게 잘 넘기느냐에 따라서 준용이의 이후 커리어가 결정될 것 같다. 많이 힘들 것이다. 지나고 보면 지금 힘든 게 너한테는 잊지 못할, 돈 주고도 못 사는 경험이다. 이거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계속 상기를 시켜주고 있다"라고 조언의 과정을 전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얘기들을 해주는게 잘 안 들릴 것이다. 지나고 나서야 깨달을 것이다"라며 "지금 힘들고 미치는 감정들이 지나고 나면 또 많이 느낄 것이다. 나 역시도 수술을 하고 아파서 공을 못 만지고 던지지도 못했을 때 정말 미치겠다. 야구선수가 아닌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게 던지던 그 순간들이 너무 소중했다. 건강하게 던질 수 있다는 소중함을 잊지 말자고 했다. 준용이도 그런 마음을 갖고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면서 후배의 건강한 복귀를 응원했다.
최준용-구승민-김원중이 7-8-9회를 차례대로 담당하는 롯데의 필승조 완전체가 7월 롯데의 대반등을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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