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의 연이은 기습 번트 시도에 투수가 분노했다. 메이저리그에는 아직도 이런 ‘꼰대’가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128승으로 올스타에도 2회 선정된 베테랑 우완 투수 랜스 린(36·시카고 화이트삭스)은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6이닝 8피안타(3피홈런) 2볼넷 7탈삼진 5실점으로 시즌 8패(5승)째를 당하며 평균자책점이 6.47로 치솟았다.
이날 린을 화나게 한 플레이가 하나 있었다. 1-4로 뒤진 2회 무사 1루에서 에인절스 앤드류 벨라스케스(29)가 번트 안타로 출루한 것이다. 벨라스케스는 초구부터 번트 동작을 취했다. 볼이 되자 배트를 거둬들였는데 2구째 존에 들어온 공에 다시 번트를 댔다.
투수 옆으로 가는 절묘한 번트 타구였고, 린이 어렵게 잡아 1루로 송구했지만 벨라스케스의 발이 빨랐다. 계속된 무사 1,2루 위기에서 린은 뜬공과 연속 탈삼진으로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지만 심기가 불편했다. 벨라스케스의 연이은 기습 번트에 화가 솟구친 것이다.
‘시카고 선타임스’에 따르면 경기 후 린은 “번트 안타가 싫다. 다 큰 남자면 배트를 휘둘러야 한다. 그런데 벨라스케스는 두 번이나 번트를 시도했다. 당혹스러웠다. 안타를 치는 게 아니라 찾는 사람들이 있다”며 번트 때문에 화가 났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1일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아지 기옌 전 화이트삭스 감독은 “투수들은 공을 쫓는 모습이 바보처럼 보일까봐 번트 수비하는 것을 싫어한다. 린이 공을 쫓아가는 모습을 봤나? 105세 노인처럼 보였다”고 비꼬며 비판했다.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은 “린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는 ‘아무도 내게 번트를 해선 안 된다’는 놀란 라이언의 구식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며 “번트는 벨라스케스의 게임 방식이다. 우리는 이기기 위해 노력했고, 그는 번트 연습을 많이 하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게 우리가 벨라스케스를 성공적인 빅리그 선수로 생각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디애슬레틱의 에인절스 담당 샘 블럼 기자는 ‘린은 평균자책점 6.47을 기록 중으로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다 22개의 홈런을 허용할 만큼 끔찍한 투구를 했다. 번트 당시 벨라스케스는 홈런 3개를 쳤다. 린은 그가 번트를 한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며 ‘전략적인 선택인 번트를 남자다움과 연관짓는 것부터 완전히 어리석었다. 린은 에인절스 상대로 슬라이더 31개를 던졌는데 첫 타석 벨라스케스에게 던진 것도 포함돼 있다. 왜 남자답게 빠른 공을 던지지 않았나. 진짜 남자라면 모든 공을 패스트볼로만 던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 강도를 높였다.
계속해서 블럼 기자는 ‘안타를 찾는다는 말도 황당하다. 안타를 찾는 것은 타자의 임무다. 벨라스케스는 최고의 타자가 아니다. 메이저리그 6시즌 통산 타율이 1할9푼4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빠른 발로 번트 능력을 발전시켰다. 그가 안타를 치고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왜 그런 기술을 활용하면 안 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