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순간 고개를 홱 돌렸다. 투수는 본능적으로 타구를 바라보게 되는데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에게 큰 것 한 방을 제대로 맞은 투수는 애써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잠시 시선이 향하긴 했지만 결과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2년차 좌완 투수 토미 헨리(26)는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 원정경기에 선발등판, 5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5승(1패)째를 거둔 헨리는 평균자책점을 4.31에서 4.08로 낮췄다.
최고 92.8마일(149.3km), 평균 90.5마일(145.6km) 포심 패스트볼(37개) 외에 슬라이더(23개), 커브(19개), 체인지업(16개) 등 변화구를 고르게 구사하며 개인 최다 8개의 삼진을 잡아낸 헨리는 최근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1.96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승리투수는 헨리였지만 이날 가장 화제가 된 것은 5회 오타니의 시즌 30호 홈런이었다. 에인절스가 0-5로 뒤진 5회 선두타자로 나온 오타니는 헨리의 2구째 한가운데 몰린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소리만 듣고도 홈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타구음이 엄청나게 컸다. 완전히 한가운데 몰린 실투였고, 스윗 스팟에 제대로 맞으면서 경기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홈런을 직감했다.
타구 속도 115.1마일(185.2km)로 비거리는 493피트(150.3m)에 달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최장거리 홈런으로 지난 2015년 스탯캐스트가 측정한 이후 에인절스 선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가장 멀리 날아간 홈런이기도 했다.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 네빈 에인절스 감독은 “이렇게 멀리 날아간 타구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고, 에인절스 선발투수 그리핀 캐닝은 “2002년 월드시리즈 2차전 배리 본즈의 홈런이 떠올랐다”며 전성기 시절 사기 캐릭터였던 약물 거포와 비교하기도 했다. 상대팀 애리조나 투수 스캇 맥커프도 “달까지 보낸 것 같다. 정말 멀리 날아간 타구였다”면서 감탄했다.
홈런을 맞은 당사자인 헨리는 그 순간에 대해 “볼카운트 원볼에서 한가운데 슬라이더를 던지는 건 계획에 없던 일이다. 비록 홈런을 맞았지만 타선 도움을 받아 5점차 리드 상황이었다. 홈런을 맞은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다시 투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홈런 직후 다음 타자 마이크 트라웃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앤서니 렌던을 3루 땅볼 유도한 뒤 마이크 무스타커스를 루킹 삼진 처리했다. 2사 1루에서 투구수 95개에 마운드를 불펜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