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당퐁당’ 피칭의 대명사가 되어가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반즈. 이번에는 다시 ‘퐁’의 피칭을 펼쳤는데 올 시즌 최고, 그리고 지난해 가장 좋았던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있었다. 오늘만 같은 피칭을 선보일 수 있다면 롯데의 외국인 선수 고민은 필요 없을 것이다.
반즈는 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무4사구 11탈삼진 1실점의 철벽투를 펼쳤다. 올 시즌 4번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의 피칭을 선보였고 시즌 첫 무4사구 피칭을 완성했다.
두산 타선의 페이스가 썩 좋지 않은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겠지만 그동안 스스로와의 싸움을 펼치면서 경기를 풀어가야 했던 반즈였다. 무실점 경기는 있었지만 4사구 없는 경기가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완벽한 영점 조절과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두산 타자들을 완벽하게 요리했다. 최고 145km의 포심 28개, 투심 9개, 슬라이더 39개, 체인지업 19개로 두산 타자들을 요리했다. 스트라이크 70개, 볼 25개의 완벽한 제구력.
1회 2사 후 양석환에게 좌전안타, 양의지에게 우익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를 허용하면서 선제 실점을 한 것이 이날 반즈의 유일한 옥의 티였다. 한 번의 실투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반즈는 두산 타자들을 연신 헛스윙으로 돌려세웠다. 1회 실점 이후 2사 2루에서 김재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2회 강승호 로하스 김대한까지, 4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돌려세웠다.
3회는 삼자범퇴 이닝, 4회는 선두타자 양석환을 삼진으로 처리한 뒤 양의지에게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김재환 강승호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했다. 5회 선두타자 로하스까지 삼진 처리하면서 3연속 탈삼진. 6회, 그리고 7회까지 반즈는 지배권을 갖고 이닝을 주도했다. 7회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좌전안타를 내준 뒤 로하스에게 우중간 큼지막한 타구를 허용했지만 우익수 윤동희가 다이빙 캐치로 타구를 걷어내면서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인 김대한을 헛스윙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11번째 탈삼진까지 뽑아냈다.
이날 반즈가 기록한 11개의 탈삼진은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 지난해 4월28일 사직 SSG전에서 8이닝 5피안타 1사구 1실점 피칭을 펼치면서 11개의 탈삼진을 뽑아낸 바 있다.
비록 이날 반즈는 시즌 최고의 피칭을 펼치고도 1회 실투 하나 때문에 패전 투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날 반즈의 위력적인 피칭은 언터쳐블한 면모를 과시했던 지난해 4월을 연상케 했다. 지난해 4월의 반즈는 6경기 평균자책점 0.65의 특급 피칭을 선보였다.
반즈는 이날 울산 경기를 원정으로 착각하고 원정 유니폼을 들고 오는 실수를 저질렀다. 대신 동료 이인복의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고 지난해 4월의 반즈의 모습으로 환생했다.
외국인 투수들의 꾸준하지 못한 모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롯데다. 반즈가 기복 있는 피칭이 아니라 이날처럼만 경기를 소화해준다면 롯데 입장에서는 외국인 투수 교체는 전혀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과연 반즈는 울산에서의 해프닝과 호투의 기억을 발판 삼아 반등해 나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