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토종 에이스 곽빈(22)이 다시 한 번 위기 탈출을 이끌었다.
곽빈은 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4볼넷 1사구 무실점의 역투를 펼치면서 팀의 2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팀은 2-1로 승리했다.
곽빈은 올해도 두산의 토종에이스다. 허리 통증으로 두 차례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기도 했지만 10경기 6승2패 평균자책점 2.50의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달 11일부터 부상 복귀 이후 3경기 연속 팀의 연패 스토퍼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11일 KIA전 6이닝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2실점으로 2연패를 끊었다. 17일 LG전에서는 115구의 투혼을 선보이면서 6이닝 5피안타 5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팀의 3연패를 마감시켰다. 23일 키움전에서도 6이닝 1실점의 성적으로 4연패 탈출에 일조했다.
이승엽 감독도 곽빈이 안고 있는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감독 입장에서는 곽빈을 믿을 수밖에 없다. “부상 이후에 돌아와서 계속 부담스러운 상황에 많이 등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좋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오늘도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할 것이다”라면서 곽빈에게 무거운 짐을 다시 한 번 안기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대대로 곽빈은 완벽투를 이어갔다. 곽빈은 1회초 타선의 선취점을 등에 업고 1회말을 시작했다.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갔다. 4회까지 볼넷 1개, 사구 1개를 내주면서 노히터의 압도적인 피칭을 펼치고 있었다. 5회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중전안타를 맞으며 첫 피안타를 기록했다. 이후 한동희를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1사 2루가 됐고 박승욱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첫 번째 위기였다. 그러나 유강남을 좌익수 뜬공, 김민석을 삼진으로 솎아내면서 위기를 넘겼다.
6회에는 더 큰 위기가 찾아왔다. 선두타자 고승민에게 볼넷 윤동희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고 안치홍에게도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만루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곽빈은 구위와 완급조절로 최대 위기를 극복했다. 무사 만루에서 첫 타자 렉스를 상대로 147km 패스트볼을 뿌리면서 중견수 얕은 뜬공으로 유도했다. 3루 주자가 홈을 밟기에는 무리였던 타구였다. 후속 전준우를 상대로는 커브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면서 2루수 인필드플라이를 솎아냈다. 순식간에 2아웃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동희에게도 초구 117km 커브를 던져 3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위기를 넘긴 곽빈은 주먹을 불끈 쥐면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최고 149km의 포심 51개를 위주로 커브 24개, 슬라이더 19개, 체인지업 10개를 구사하면서 롯데 타선을 지배했다. 영점이 잡히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양의지의 볼배합으으로 이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비록 경기는 9회 다소 알 수 없는 향방으로 흘렀다.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무리 홍건희가 유강남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2-1로 쫓겼다. 그러나 1사 1,2루 위기에서 올라온 동갑내기 정철원(22)이 삼진 2개를 솎아내며 경기를 매듭지었다.
경기 후 곽빈은 “팀이 연패 중이었고, 롯데와 순위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 어떻게든 승리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오늘은 정말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어제까지는 자신감이 많았다. 볼넷 하나도 안 줄 것 같았는데, 4볼넷을 내줬다”라고 승리에도 아쉬움을 곱씹었다.
이어 “울산 마운드가 나랑 안 맞는 것 같다. 경기 중에 투구판도 세 번이나 옮겼다. 스프링캠프 때 울산을 썼지만 마운드는 오늘 처음 밟았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또한 친구 정철원의 마무리에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상대 투수가 정말 좋은 투구를 했기 때문에 1점도 주지 말자고 생각했다. 만루 때도 우리 야수들을 믿었다”라면서 “9회 1점차로 추격당했을 때도 (정)철원이가 잘 막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철원이가 워낙 내 경기에서 실점을 안 한다. 늘 고맙다”라고 웃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