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활약하는 선발 투수의 징표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평균자책점으로는 4.50으로 뛰어나지 않고 평범한 성적이지만 이 평범한 성적을 꾸준하게 이어가는 것은 특급 에이스들도 쉽지 않다.
연속 퀄리티스타트 기록도 따로 집계를 하고 있는데 KBO리그 기록은 2009~2010년 류현진(현 토론토)의 29경기다. ‘신계’의 영역에 도달한 에이스에게만 허락된 대기록이었다.
박세웅은 현재 8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류현진의 기록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만만치 않은 꾸준함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 4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8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완성했다. 그리고 팀의 연장 10회 1-0 끝내기 승리의 확실한 밑거름을 놓았다.
4월 한 달 간 부진에 허덕였던 박세웅이었다. 선수 본인도 팀도 당황스러웠던 부진이었다. 6이닝은 커녕 5이닝을 채우는 것도 버거웠다. 5월 첫 등판이었던 2일 KIA전에서도 4⅔이닝 3실점으로 강판되면서 반등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열흘 만에 등판했던 12일 KT전 5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반등세로 돌아섰던 박세웅은 결국 모두가 알고 있던 ‘안경에이스’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탄탄하고 굳건한 에이스의 모습으로 거듭났다. 마운드 위에서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팀을 이끄는 의젓한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 8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가 그 증거다.
5월19일 SSG전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와 첫 승을 동시에 거둔 뒤 파죽지세로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3실점 이상 경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모두 2실점 이내로 막아내는 짠물 피칭을 펼쳤다.
이러한 기세는 박세웅을 5월 이후 최고의 투수로 군림하게 했다. 5월 이후 평균자책점 1.71(63⅓이닝 12자책점)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가운데 리그에서 제일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LG 아담 플럿코(1.72), 두산 라울 알칸타라(1.76), 한화 펠릭스 페냐(2.15), 키움 최원태(2.60), 키움 안우진(2.65) 등 내로라하는 에이스들을 제치고 5월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다.
4월 한 달 동안 평균자책점 0.47로 언터쳐블했던 NC 에이스 에릭 페디는 최근 전완부 굴곡근 염좌 부상을 당하고 돌아왔고 5월 이후에는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30일 울산 두산전 7이닝 무실점의 기록을 남긴 뒤 박세웅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1, 2회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야수의 수비 도움을 많이 받아 7회까지 마운드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라며 “특히 (유)강남이 형의 리드와 위기때 흐름을 끊어주고 마운드에 올라와서 해주는 한마디 한마디가 경기 운영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오늘 경기의 좋은 흐름은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과 강남이형과의 소통 덕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5년 9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던 박세웅의 기세, 5월과 6월을 지나서 7월, 나아가 시즌 끝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