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가 쉽지 않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대표하는 투수 레전드 아담 웨인라이트(42)의 마지막 시즌이 험난하다. 개인 통산 200승까지 2승이 남았지만 팀과 함께 개인 성적도 추락을 거듭 중이다.
웨인라이트는 지난달 30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1⅔이닝 6피안타 3볼넷 1탈삼진 6실점으로 난타를 당했다. 1회를 실점 없이 막았지만 2회에만 안타 5개, 볼넷 2개를 내주며 대거 6실점했다. 승부도 일찌감치 휴스턴으로 넘어갔다. 0-14 무기력한 대패를 당한 세인트루이스는 2연패에 빠졌다. 33승47패(승률 .413)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5위 꼴찌.
이날이 시즌 10번째이자 통산 400번째 선발등판이었던 웨인라이트는 3패(3승)째를 당했고, 평균자책점은 6.56에서 7.45로 치솟았다.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달 25일 시카고 컵스와의 런던 시리즈에서도 3이닝 11피안타(2피홈런) 1볼넷 7실점으로 무너졌는데 2경기 연속 뭇매를 맞고 조기 강판됐다.
‘MLB.com’, ‘디애슬레틱’ 등 현지 언론 따르면 경기 후 웨인라이트는 “여러 가지 감정이 들지만 부정적인 생각으로 팀에 방해가 되고 싶지 싶다. 여전히 긍정적인 자세로 선수들을 격려하며 좋은 팀 동료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가 힘들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까지 힘들게 할 순 없다”며 애써 복잡한 마음을 감췄다.
6실점으로 강판됐지만 세인트루이스 홈 관중들은 웨인라이트에게 박수를 보냈다. 고개를 푹 숙인 웨인라이트는 감정을 쉽게 추스르지 못했고, 덕아웃에 앉아 카를로스 마몰 감독의 위로를 받은 뒤에야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우리 팬들은 정말로 대단하다. 잘하고 싶었는데 팬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죄송하다”며 미안한 감정을 표했다.
웨인라이트의 부진은 상대팀 감독이 보기에도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같은 내셔널리그 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시카고 컵스, 워싱턴 내셔널스를 이끌며 상대팀 선수로 웨인라이트를 자주 상대한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도 이날 그의 투구를 보곤 안타까워했다.
베이커 감독은 “웨인라이트를 수년간 지켜봤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고,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했지만 웨인라이트가 이렇게 슬프게 떠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서 “그는 훌륭한 커리어를 쌓았다. 200승까지 필요한 2승 이상의 승리를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데뷔한 웨인라이트는 올해까지 18시즌 모두 세인트루이스에만 몸담고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 통산 467경기(2615⅔이닝) 198승120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3.45 탈삼진 2172개를 기록 중이다. 올스타 3회, 다승왕 2회 포함 두 자릿수 승수만 12시즌이나 된다. 2006년 마무리투수로 월드시리즈 우승 순간도 장식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즌 개막이 4개월이나 지연돼 한국 복귀를 고민하던 한국인 투수 김광현(SSG)의 마음을 붙잡기도 했다. 당시 웨인라이트는 자신의 집으로 김광현을 불러 마당에서 같이 캐치볼로 훈련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다. 그해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광현은 “웨인라이트가 없었더라면 한국으로 돌아갔을 것이다”며 고마워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32경기(191⅔이닝) 11승12패 평균자책점 3.71로 노익장을 보인 웨인라이트는 1년 175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지난 3월 미국 대표로 참가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사타구니 부상을 당하며 시즌 출발이 한 달 늦었다. 포심 패스트볼 구속(88마일→86.1마일)이 눈에 띄게 떨어졌고, 주무기 커브도 제구가 흔들리며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