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밀한 야구로 정평이 났었던, 두산의 야구가 어쩌다 이렇게 둔해졌을까. 사령탑은 총력전을 선언했고 벤치의 개입도 적극적이었지만 선수들의 본헤드 플레이가 속출했다. 더블아웃이 연달아 나오면서 자멸했다.
두산은 30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0-1로 패했다.
경기 전 두산 이승엽 감독은 총력전을 선언했던 상황. 경기 전 이 감독은 "불펜 3연투도 가능하다. 어제(29일) 하루 쉬었고 이번 3연전을 하고 또 하루 휴식일이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또 일주일의 여유가 있다. 좋은 투수들은 3연투도 준비를 해야 한다"라면서 "6월에 우리가 승률을 좀 더 올렸어야 했는데 지금 -2다. 전반기 끝날 때까지 최대한 승리를 해놔야 한다. 무리수를 두더라도 남은 경기 전력을 다해서 승패를 어느정도 맞춰 놓는 게 중요하다. 이제는 좀 더 올라가야 할 때다 한 번 연패를 하게 되면 조금 힘들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연패를 줄이고 연승을 탈 수 있도록, 무리를 해서라도 연승을 하도록 운영을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두산 브랜든과 롯데 박세웅의 선발 투수전으로 펼쳐진 경기, 결국 1점 싸움이 됐고 실제로 경기도 1점 차이로 끝났다. 그런데 두산은 1점을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자멸하며 이를 놓쳤다. 그만큼 이날 두산의 본헤드 플레이는 두드러졌다. 작전 실패도 포함이었다.
3회 선두타자 로하스의 안타로 기회를 잡은 두산, 벤치는 허경민에게 희생번트 작전을 지시했다. 허경민은 나름 번트를 3루 쪽으로 잘 댔다. 하지만 롯데 3루수 한동희가 맹렬하게 대시했고 타구를 잡은 뒤 2루-1루로 연결이 되며 병살타가 됐다. 첫 번째 기회가 무산됐다.
이후에도 작전이 걸렸지만 상대의 호수비에 득점 기회가 소멸됐다. 5회초 1사 후 로하스가 수비 시프트의 허를 찌르는 기습번트로 출루했다. 허경민이 유격수 땅볼을 때렸지만 롯데 유격수 이학주의 2루 송구 실책이 나오며 1사 1,3루 기회가 마련됐다. 후속 이유찬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2루수 키를 넘기는 듯한 타구를 때렸다. 그런데 안치홍이 껑충 뛰어올라서 타구를 잡아냈다. 자동 런앤히트가 걸린 1루 주자 허경민은 귀루 하지 못한 채 더블아웃이 됐다. 본헤드라기 보다는 작전이 걸렸고 상대의 호수비가 나온 것이었지만 결국 아쉬움이 짙었다. 경기 중후반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 또 다시 무산됐다.
6회에는 말 그대로 주루에서 실수를 했다. 정수빈의 우전안타와 박계범의 희생번트, 그리고 김재환의 볼넷으로 1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양의지의 1루수 얕은 뜬공 때 1루 주자 김재환의 본헤드 플레이로 더블아웃이 되면서 기회가 다시 무산됐다. 김재환이 얕은 뜬공에 섣부르게 움직였고 또 투수 박세웅의 1루 커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롯데는 기본에 충실했고 두산은 기본을 망각했다.
9회초에도 똑같은 상황의 반복이었다. 9회초 김재환 양의지의 연속 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양석환의 희생번트가 얕게 떴고 1루수 고승민이 다이빙 캐치로 걷어냈다. 그런데 2루에 있던 대주자 조수행이 역시 섣불리 스타트를 끊으면서 귀루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더블아웃이 됐다. 결국 후속 강승호까지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결국 두산은 앞서 기회들을 모두 놓친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선발 브랜든이 7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를 펼친 경기, 정철원 최승용 박치국 홍건희 등 필승조를 모두 소모했지만 누상에서의 미스로 끝내 아무런 소득 없이 연패에 빠졌다. 총력전 선언의 첫 날, 두산은 좌절해야 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