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잭 렉스는 올해 외국인 타자들 가운데 최고액 2위에 해당하는 13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10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에 계약했다.
지난해 3개월만 뛰고도 56경기 타율 3할3푼(218타수 72안타) 8홈런 34타점 OPS .905의 성적을 남겼던 렉스를 향한 과감한 투자였다. 메이저리그 팀들도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만큼 롯데는 검증이 된 외국인 타자에게 거액을 투자했다. 지난해 풀타임을 소화하고 재계약에 골인한 외국인 타자들과 비교해보면 렉스의 몸값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 확인할 수 있다. KIA 소크라테스는 총액 11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 렉스보다 먼저 대체 선수로 합류한 KT 앤서니 알포드도 총액 110만 달러에 계약했다.
한화로 17억 원이라는 돈에는 그에 걸맞는 기대치가 담겨있다. 적은 표본에도 롯데가 거액을 쏟은 이유를 올해 풀타임 시즌을 통해 검증해야 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고 롯데의 투자는 성공으로 향하는 듯 했다. 4월은 타율 2할9푼5리(78타수 23안타) 2홈런 17타점 OPS .827의 성적을 거뒀다. 투고타저의 흐름 속에서도 렉스는 리그 중위권 수준의 외국인 타자 몫은 해냈다. 특히 득점권에서 타율 3할6푼7리(30타수 11안타) 1홈런 16타점 OPS 1.026으로 기회에 강한 타자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그러나 올해 렉스의 성적은 무릎 부상을 당하기 전과 후로 완전히 나뉘게 된다. 4월 말부터 렉스는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안고 경기를 뛰고 있다. 우측 무릎 슬개건 부분 파열 부상으로 지난 5월17일부터 6월5일까지 20일 가량 재활에 매진했다. 당장 뛰는 건 힘든 상황이었고 한달 넘게 재활을 해야 했다. 그러나 렉스는 약 3주 가량만 쉬고 다시 경기에 뛰고 있다. 5월 이후 성적은 타율 2할2푼3리(103타수 23안타) 1홈런 10타점 OPS .596에 불과하다.
여전히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 관리를 하면서 타격과 외야 수비까지 모두 소화해야 하는 처지다. 당연히 렉스는 외국인 선수에 걸맞지 않은, 17억 원의 몸값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생산력의 타자로 전락했다. 힘을 모아서 타격할 때 오른쪽 무릎이 버텨줘야 양질의 타구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오른쪽 무릎이 아프니 타구에 힘을 제대로 싣지 못한다. 타이밍도 자연스럽게 늦어졌다. 밸런스가 완전하지 않은 채 경기를 뛰는 게 맞는가에 대한 판단은 구단이 해야 했지만 일단 렉스를 믿고 교체 없이 가는 방향이다.
현장은 걱정이었다. 박흥식 타격코치는 렉스가 한창 좋지 않았을 때, “무릎이 완전하지 않으니까 계속 타구가 밀린다. 타이밍이 늦고 타구가 좌측으로 향한다”라고 근심을 토로했다.
렉스는 파워를 바탕으로 당겨치는 전형적인 풀히터였기에 이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했다. 지난해 전체 타구 중 44.2%가 우측이었다. 가운데 방향은 28.5%, 좌측 방향은 27.3%였다. 가운데와 우측 방향으로 타구가 향해야 렉스는 정상적이었고 강점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렉스의 타구 비율은 비정상적이다. 우측 타구 비율은 41.6%로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좌측 타구 비율은 40.9%로 급격하게 늘었다. 그렇다고 좌측으로 향한 타구의 타율이 높은 것도 아니었다. 좌측으로 향한 타구의 타율은 2할4리에 불과하다. 지난해는 좌측 타구 비율이 낮아도 타율은 3할4푼이었다. 좌측으로 힘 없는 타구가 향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최근 10경기로 구간을 좁히면 희망적인 신호가 있다. 당겨치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도 강한 타구들이 안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우측 방향 타구 비율이 52%로 향상됐다. 10경기 타율도 3할6리(36타수 11안타) 1홈런 3타점 OPS .794를 마크하고 있다. 지난 27일 사직 삼성전에서는 원태인의 144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까지 터뜨렸다. 4월27일 한화전 이후 약 두 달 만에 터진 3호 홈런이었다. 여전히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장점을 발휘해서 우측 방향으로 양질의 타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무릎 상태도, 타격감도 점점 좋아진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렉스도 "내가 생각해도 타격감이 좋다. 안 좋았던 모든 게 점점 좋아진다"며 "현재의 어프로치를 꾸준히 가져가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라고 말하면서 점점 이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는 말했다.
결국 렉스가 정상 궤도를 찾아야 타선의 중량감, 무게감도 더해진다. 렉스가 복귀를 했지만 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던 6월, 롯데는 8승16패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렉스가 터뜨리는 양질의 타구들이 롯데를 반등으로 이끌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