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주고 싶은데…”
염겸엽 LG 트윈스 감독은 새내기 투수 박명근(19)을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아직 프로 무대가 익숙하지 않은 신인이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한데, 이미 필승조가 됐다. 이기려면 어쩔 수 없이 그를 써야 한다.
염 감독의 계산은 6월말 쯤 박명근의 투구 이닝은 25이닝 정도였다. 그런데 28일 인천 SSG전에서 2이닝 무실점 투구를 하면서 현재 총 35이닝을 던졌다.
팀이 4-6으로 끌려가던 7회말 팀의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박명근은 최정, 기예르모 에레디아, 박성한으로 이어지는 까다로운 SSG 주축 타자들을 가볍게 처리했다.
이후 8회초 타선이 3점을 뽑으면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고,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박명근은 첫 타자 최지훈에게 볼넷을 줬지만, 후속 세 타자를 역시 뜬공 2개와 삼진으로 막았다.
28일까지 박명근의 기록은 34경기에서 3승 5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2.83. LG 불펜에서 가장 믿을만한 투수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이지만, 배짱 넘치는 투구로 임무를 완수한다.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도 있다. 염 감독이 박명근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염 감독도 인정했다. 염 감독은 “신인이라 아껴주고 싶은데, 이겨야 하니 쓰게 된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이 시점에서 박명근은 내가 생각한 이닝보다 많이 던지고 있다. 25이닝 정도 생각했는데 35이닝을 던졌다. 지금이 중요한 게 아니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야 한다. 그게 큰 경험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1위, 선두 경쟁을 하면서 달려가는 시점에서 아무리 신인이어도 든든한 필승 계투를 뒷전에 내버려두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서 염 감독은 딜레마에 빠진다.
염 감독은 “중간에 아파서 쉬면 내년에도 문제가 생기는거다.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뛰어보는 게 어린 선수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살폈다. 그런데 이대로면 박명근이 신인왕을 노려볼 수 있다. 염 감독은 “성적, 내용을 보면 명근이가 가장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신인 중에는 유일하게 미국 스프링캠프에도 따라갔던 박명근. 건강하게 프로 첫 시즌을 완주하고 신인왕도 노려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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