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억지로 해서 잘 되는 건 없다.”
지난 2019년 9월16~26일 이후 1371일 만에 6연승에 질주한 한화가 하루 쉬어간다.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KT와의 홈경기가 전국적인 장맛비로 인해 우천 취소된 것이다. 오전부터 내린 비가 오후 4시 전후로 소강 상태였지만 많은 양의 비가 내려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았다.
흐름과 분위기, 연결이 중요한 야구에서 연승 중 비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일 수 있다. 올 시즌 KT 상대로 4승1패1무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이날 예고된 선발투수가 등판시 7승1무로 한 번도 지지 않은 리카르도 산체스였던 만큼 한화로선 조금 더 아쉬울 법도 했다.
하지만 우천 취소 결정이 나기 전 취재진을 만난 최원호 한화 감독은 “운동장 상태가 1~2시간 작업해서 될 정도가 아니다”며 정상 개최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힌 뒤 “하늘의 뜻을 거스르면 안 된다. 하늘이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해야 한다. 뭐든지 억지로 해서 잘 되는 건 없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 것은 맞지만 억지로 했다간 탈난다”고 말했다.
불펜 소모를 생각하면 이날 우천 취소가 한화 입장에선 오히려 좋다. 전날(28일) KT전에서 선발 한승혁이 3이닝 4실점으로 일찍 내려간 뒤 정우람, 주현상, 이태양, 김범수, 강재민, 박상원 등 6명의 핵심 구원투수들을 모두 썼다. 특히 강재민, 박상원은 27~28일 KT전 연투로 각각 2이닝 43구, 2이닝 31구를 던졌다.
이날 경기를 치렀다면 등판 불가 상태였다. 최 감독은 “연투한 투수는 2경기 합쳐 30구 이내로만 대기한다. 오늘 강재민과 박상원은 뺀다”며 “이틀에 10개씩 던진 정도라면 3연투를 할 수 있다. 그래도 웬만하면 안 쓰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잘 던지고 이기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지면 얻는 게 없다”며 순리대로 불펜을 운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즌 반환점을 향하면서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큰 시기가 됐다. 특히 한화 불펜은 10개팀 중에서 유일하게 300이닝(300⅔) 이상 던졌다. 개막 이후 한 달 넘게 외국인 투수 1명으로 치르면서 불펜 소모가 컸다.
구원 평균자책점 5위(3.92)로 경쟁력 있는 불펜을 시즌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선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장마 기간이 좋은 재충전의 시기가 될 수 있다. 30일 대구 삼성전도 예보상 우천 취소 가능성이 높다.
6연승 과정에서도 한화는 비의 도움을 한 번 받았다. 지난 25일 창원 NC전이 1회를 마치고 우천 노게임으로 선언됐다. 올 시즌 최고 외국인 투수로 떠오른 NC 선발 에릭 페디를 상대로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는데 비로 잘 넘어갔다.